1900년 전후 서양음악 레퍼토리 발굴
숭의동·개항장등 공연 '스토리' 교감
일본서 기획 관심보내는등 콘텐츠화
광복절을 앞둔 지난달 12일(일) 오후 인천 송도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선 대한제국 국가, 찬송가에 가사를 붙인 안창호 애국가, 일제강점기 애국가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우리나라 근대 시기 음악들로 구성된 연주회가 열렸다.
인천콘서트챔버(대표·이승묵)의 '인천근대 양악열전-두 강이 만난 바다, 인천. 그곳의 근대 음악 이야기'가 그 것.
이승묵 대표의 해설과 지역의 역사학자들인 강덕우·강옥엽 박사가 인천의 근대사를 설명한 역사 토크 콘서트였다.
지난 6월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열린 같은 제목의 공연과 콘셉트는 비슷했지만, 레퍼토리를 더욱 확대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1900년 전후한 인천의 서양음악을 발굴, 연주회의 테마로 구성해 선보이고 있는 이승묵(34) 대표를 2일 만났다.
그는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주셔서 어려운 기획이지만, 힘을 내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기록이 없고 무대에 올려지지도 않은 음악들이지만 자연스레 자리잡은 '애틋한' 마음으로 연주회를 꾸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이 대표는 대학에서 음악 전공 후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타악) 연주자로 활동했다.
불현듯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느낀 이 대표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2015년 인천콘서트챔버를 창단, 공연 기획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인천콘서트챔버 창단 후 관객과 소통·교감을 가치로 내세워 공연을 준비했어요. 우리나라 서양음악이 유입된 고향 인천에 눈길이 갔고요. 창단 공연이 남구 숭의동 골목에 있는 폐업한 낙원여인숙(1970년 영업 시작)에서 열린 이유도 관객과 교감하기 위해서였죠. 여인숙은 벽은 있었지만, 천장 쪽으로 공간이 있어서 소리가 퍼져나갈 수 있는 구조였어요.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공간이 담긴 연주회를 구성한 거죠."
이후 이 대표와 인천콘서트챔버는 7명의 고려 왕비 친정이었던 원인재에서 바로크 음악으로 구성한 연주회를 비롯해 옛 얼음창고(카페 빙고), 일제강점기 하역회사 사무소(카페 팟알) 등에서 장소와 음악을 활용한 청중과 소통을 꾀했다.
이 대표의 행보가 점차 알려지면서 인천 개항장 지구를 중심으로 연주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 대표의 기획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에 맞춰 연주회를 열면서 보완하고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그동안의 연주회와 고증을 통해 20세기 초반 인천에서 서양음악의 흐름과 방향, 성격, 종류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 내용을 콘텐츠화 해서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