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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 박항서 감독이 6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 축구 신화의 주역, 박항서 감독이 환한 미소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박 감독은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현지 항공사 사정으로 항공편이 2시간가량 연착됐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국내 취재진과 미소로 인사를 나눴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왜 이렇게 많이 나오셨나"라며 웃었지만, 언론의 관심이 익숙한 듯 차분하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 감독은 먼저 "많은 분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베트남 대표팀에 성원을 보내주셨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 감사드린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아시안게임 이후 베트남 현지 분위기를 묻는 말엔 "메달을 따지 못해 정부에선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베트남 국민은 예전처럼 반겨주셨다"라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축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조별리그 일본과 경기에서 승리하는 등 4강 진출까지 성공했다. 베트남이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오른 건 사상 처음이다.

비록 4강에서 한국에 패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랍에미리트에 승부차기 끝에 패해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내에서 다시 한 번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박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베트남 체육부 장관님과 미팅을 했는데, 당시 장관님은 예선만 통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라며 "베트남 언론도 아시안게임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다행히 좋은 성적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많이 비교된다'라는 취재진의 질문엔 손을 저었다. 그는 "비교 자체가 부담스럽다"라며 "베트남 축구에 작은 발자취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베트남 내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특히 권위를 버리고 선수들을 이끄는 '겸손한 리더십'이 큰 화제다.

아시안게임 기간 박 감독이 선수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주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박 감독은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은 "팀 내 의무진이 2명밖에 없다"라며 "경기 전 한 선수가 직접 마사지를 하고 있어 도와줬을 뿐인데,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 것 같다. 영상을 올린 선수를 많이 혼냈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내에선 박항서 감독과 연장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빗발치고 있다. 한편에선 연봉 3억원 수준인 박 감독의 대우가 너무 박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에 박항서 감독은 웃으며 "선수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연봉 문제는 이미 계약이 되어 있는 부분이다"라며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박항서 감독은 이번 달 말까지 국내에 머물며 머리를 식힐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는 11월에 개막하는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스즈키컵) 준비에 들어간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을 찾아 국내에서 스즈키컵을 대비하기로 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을 받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흘 정도 전지훈련을 하기로 했다"라며 "K리그 기간이라 프로 1.5군 정도의 팀과 2차례 비공식 경기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스즈키컵은 베트남 내에서 정말 중요한 대회라 기대가 크다"라며 "부담과 걱정이 되지만 즐기면서 도전하겠다"라고 말했다.

동남아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출신 축구 지도자에게 조언할 것이 없느냐는 질문엔 "도전은 성공과 실패로 나뉜다"라며 "도전을 해봐야 성공이 있고 실패도 있다. 도전하면서 많은 의미를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항서 감독은 '최고의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아시안게임 4강전 한국과 경기를 앞두고 애국가가 나왔을 때 가슴에 손을 얹은 것에 관해 베트남 언론에서 말이 나왔다"라며 "난 한국 국민이자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조국을 잊지 않으면서도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손원태 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