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도시 인천 동구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인 동구는 10개 군·구 중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는 곳 중 하나다.
지난달 기준 동구 인구 6만7천112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만3천242명(19.7%)으로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동구의 고령 인구 비율은 인천시 평균 노인 인구 비율 12.1%를 상회한다.
이미 초고령사회가 진행 중인 강화군(30.5%), 옹진군(23.2%) 등 도서 지역을 제외하면 인천시 8개 구 중 동구의 고령 인구 비율은 가장 높다. 동구의 뒤를 잇는 지자체는 미추홀구(14.8%), 중구(14.3%) 순이다. → 표 참조
직장 등에서 은퇴한 노인들은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 제2의 인생을 고민한다. 운동, 독서, 여행 등 각자의 경제사정, 환경에 맞춰 고민하는 것도 다양하다.
동구에 사는 많은 노인은 제2의 인생 중심에 지역사회의 여러 사람과 만나고 교감할 수 있는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동구는 인천지역에서 자원봉사가 가장 활성화된 곳 중 하나다. 지난달 기준 6만 7천112명의 동구 주민 중 2만656명(30.7%)이 동구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자로 등록돼있다.
동구 주민 10명 중 3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셈이다. 이 중 자원봉사를 이끄는 것은 노인들이다. 이들은 매년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정비활동, 방범순찰, 문화행사, 정서지원 등 활동도 다양하다.
인천시는 매년 누적 봉사시간 5천 시간을 달성한 주민들에게 '봉사왕' 인증패를 증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시 '봉사왕'은 467명인데 동구(76명)는 미추홀구(79명) 다음으로 많다.
미추홀구 자원봉사자 등록 수가 동구의 3배가 넘는다는 점(7만552명)을 고려하면 동구 주민 다수가 인천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구 봉사왕 중 60여 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 자원봉사로 노년 행복 찾는 '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수2동 행정복지센터.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 이건세(74) 회장과 회원 서모(71)씨는 인근에 있는 빌라로 향했다. 빌라 2층에 도착하자 서씨는 잠금장치가 있는 집 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이들이 들어간 집 안방에는 김모(74)씨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건세 회장과 서씨를 본 김씨는 얼굴이 밝아지며 몸을 조금씩 일으키기 시작했다.
김씨는 오래전 산업재해를 당한 이후 거동이 불편해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김씨를 위해 이들이 하는 것은 자신들의 일상이야기, 마을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서씨가 "이번에 비행기를 타고 사이판 여행을 다녀왔는데 비행기 탈 때 귀가 먹먹해서 한참 고생했어요"라고 말하자 김씨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가지고 온 빵과 음료를 먹으며 한참 이야기 나누던 서씨는 "다음 주에 또 올게요"라는 말과 함께 김씨의 어깨를 다독인 후 집을 나섰다.
김씨는 "집 밖을 나가지 못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서씨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행복하다"며 "매주 이렇게 한 번씩 찾아와 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은 지난 2013년 '어르신들의 친구가 되자'는 취지에서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자원봉사단체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회원 16명이 2인 1조로 나뉘어 일주일에 한 번씩 홀로 사는 노인세대를 방문해 말벗이 되는 등 정서지원을 하는 노(老)노(老)케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사랑방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독거노인 세대는 총 24곳이다. 화수2동의 고령 인구는 1천838명으로 동구에서 가장 많다.
그러다 보니 사랑방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다. 사랑방 사람들 회원의 평균연령은 만 62.3세로 만 65세 이상 회원들은 6명(37.5%)이다.
'어르신들의 친구가 되자'라는 아이템을 제안한 이건세 회장은 "나이 70세가 되면서부터 내 인생에 끝이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남은 삶을 보람있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봉사활동은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닌 인생의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사랑방 사람들 회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한방원을 운영하던 서씨는 젊었을 때보다 지금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더 크다고 했다.
서씨는 "봉사활동이라는 이름 아래 한동네에 살면서 모르고 지낼 수 있었던 이웃들과 함께 만나 즐겁게 지내니 항상 엔돌핀이 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 이건세 회장은 "앞으로도 우리 동네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세대를 방문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