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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남북 경계선을 사이로 대립과 갈등의 역사 한복판에서 출렁거리던 서해 5도 앞바다의 파도가 잠잠해지고 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분쟁의 바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렸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이 평화의 바다로 나아가는 대전환점에 섰다.

남북 어민이 만선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인천과 북측의 노동자들이 한데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시대, 또 이들의 자식들이 북측 개성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반대로 개성 아이들이 강화도에서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세상. 그 행복의 길로 가는 여정이 지금 시작됐다.

평화의 길로 가는 길에 난관은 산적해 있다. 그동안 한반도 정세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많은 부침을 겪었기에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허무하게 놓칠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란 종착역에 도착하기 위해 이제는 쾌속 질주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와 지루한 성공의 길을 택해 뚜벅뚜벅 걸어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왔다.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펴낸 칼럼집 '파국론에 등을 돌리고'에서 그가 주문하듯 이념의 좌·우를 떠나 파국을 향해 달리는 양분법과 극단론에서 벗어나 느리지만 착실히 평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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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렸던 서해5도 해역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보이지 않는 남북 경계선을 사이로 대립과 갈등의 역사 한복판에 서 있던 서해5도 해역이 평화의 바다로 나아가는 대전환점에 섰다. 사진은 백령도 끝섬전망대에서 바라본 용기포항 인근 해변. /경인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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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5도 앞바다의 평화가 한반도 평화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남북한 무력충돌의 주 무대는 서해5도 북방한계선(NLL) 해역이었다. 남북 군사관계는 기본적으로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 협정에 규정돼 있다.

여기에는 경계선을 비롯해 정전관리, 포로 교환 등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정전체제를 규율하는 내용이 망라돼 있다.

하지만 이 정전협정에 서해 해상경계선이 합의되지 않으면서 남북 충돌의 불씨로 남게 됐고, 그 불씨는 때만 되면 남북 해상 충돌로 이어지게 하는 원인이 됐다.

정전 이후 북한이 남한 본토에 처음으로 포격을 가한 곳이 연평도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그해 천안함 폭침 사건은 한반도 무력 충돌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1999년 1차 연평해전, 2002년 2차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북측 해안포 사격 등 NLL 해역에서의 충돌은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NLL 해역의 분쟁 종식 없이는 한반도 평화도 시한부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수차례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측 모두가 서해 NLL 해역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곳 평화가 한반도 평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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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분쟁의 바다였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사진은 백령도 조업 어선에 달린 한반도기. /경인일보DB

# 평화 전진기지 인천, 서해 앞바다로부터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서해5도를 품고 있는 인천이 평화의 전진기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남북 두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평화수역화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와 인천이 중심이 된 경협사업이라 할 수 있는 '서해공동경제특구' 조성 등이 포함됨에 따라 남북 화해시대 인천이 한반도의 평화 전진기지로서 새로운 문을 활짝 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NLL 해역의 평화 협의는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인 10·4 공동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란 이름으로 처음 가시화됐다.

그 후 남북 관계 경색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이 논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올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도출되면서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남북은 평양정상회담에서 서해 NLL 해역의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시범 공동어로구역은 남측 백령도와 북측 장산곶 사이에 설정하되 구체적인 경계선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해 확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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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조도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과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포문 폐쇄 조치를 하기로 했다. 

남북 무력 충돌의 상징과 같았던 서해5도 해역에서 실질적인 비무장화 조치가 이행되면 남북 어민이 한데 어우러져 어업을 할 수 있는 공동어로도 현실화될 수 있다.

NLL의 평화수역화와 함께 합의된 서해공동경제특구 조성은 인천 강화도와 북측 개성, 해주를 잇는 남북 경협 벨트를 만들자는 게 목표다.

영종~신도~강화도~개성~해주까지 잇는 다리와 도로를 건설한 다음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측 노동력을 결합시킨 황해권 경제 블록을 조성해 '제2의 개성공단'으로 삼자는 취지다.

NLL 해역의 평화수역화는 한반도 전체 긴장 완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고, 서해공동경제특구는 인천이 본격적인 남북 경협사업에 뛰어들어 평화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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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본격적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현재는 관광 인프라가 거의 없는 강화도와 서해 5도 등 접경지역 관광 개발 사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강화 평화전망대 모습. /경인일보DB

# 인천시 서해 평화도시 준비 지금부터 시작

한반도에 본격적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서해5도와 강화도 등 접경지역을 끼고 있는 인천시의 남북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서해5도 평화수역과 서해공동경제특구 조성 계획의 중심에는 인천이 있다. 한반도 평화기지로서 인천이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2005년 스포츠 교류를 시작으로 남북교류를 다양하게 추진해 온 인천시는 서해평화수역 구축 등 남북의 진일보한 합의를 토대로 관련 사업들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서해 평화수역과 관련된 사업으로 남북공동어로수역 조성, 서해5도 해상 파시(波市·선상 수산시장) 운영, 백령공항 건설, 인천∼남포·해주 해운항로 개설, 인천국제공항 대북교류 관문 육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장 확장과 조업여건 개선, 관련 제도 근거 마련 등 남북공동어로 활동과 관련한 서해5도 어민의 의견을 중앙부처에 전달했다.

시는 서해공동경제특구 등 남북경협을 대비한 기반 조성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영종도∼신도∼강화도 연도교 건설 사업, 강화교동 평화산업단지 조성, 남북한 중립구역인 한강 하구 역사·문화·생태 관광 활성화 등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중앙정부와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올해 세 번째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 있어 평화정착의 구체적인 발판 마련과 대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서해5도와 강화 등 접경지역을 둔 인천은 이번 정상회담이 항구적인 평화정착과 남북교류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어느 지역보다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은 남북의 바닷길·하늘길·땅길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이끄는 동북아 평화특별시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