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적 소아마비 시련 극복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장
인천 송도초교 아이들에 '배려·성취하는 인생' 강연
작품속 주인공 '최선 다하는 삶의 자세' 격려 메시지

"이상은 자기보다 높은 위를 봐야 되고 현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는 거야.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본다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지."('아주 특별한 우리 형' 中)
동화작가 고정욱(58)을 만났다. 이 시대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가 응했다.
1년에 300회 이상 전국 강연을 다니는 '스타 강사'인 그가 마침 인천송도초등학교 강연이 예정돼 있었다.
지난달 12일 오전 인천송도초 강당을 찾아갔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를 주제로 5·6학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른 손에 연필 장착, 왼손에 노트 장착!" 학생 150여 명의 시선이 단상 위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작가를 향했다. 한 살 무렵 소아마비가 찾아온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어머니가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평생 동안 걷지도 못하고 혼자 힘으로 설 수도 없습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집에 오니 옆집 사는 할머니가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와서 말했습니다. '새댁, 쟤는 고양이만도 못해. 얘는 쥐라도 잡아. 외국으로 보내버려. 얘는 행복하게 못 살아!'"
고 작가가 아이들에게 말한 행복의 조건은 학교에 다니고(교육), 가정을 꾸리고(결혼), 돈을 버는 것(직업) 이었다. 어느 조건도 소아마비 장애인이 충족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했고 자녀 셋을 두었다. 수백만 권의 책을 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우리나라 장애인으로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었다. 부모와 친구들이 그의 길을 도왔다.
고 작가의 강연을 들은 아이들의 노트에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불가능은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언제나 사는 건 어려웠어요. 부모가 없어서 어렵고, 이혼해서 어렵고, 망해서 어렵고, 형제 간에 다퉈서 어렵고. 어려운 이유는 너무 많아요. 다 괴로워요. 인간은 이 세상에 나온 이상 다 어려워요. 어려운 것만 이야기하면 누구든지 안 어렵다고 이야기할 사람 없어요. 어려운 건 기본이에요."
고정욱 작가 동화에는 장애인 주인공이 많다. "세계에서 제일 우울한 아이"였던 자신의 유년이 작품에 녹아 있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영택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의 종식이 모두 작가의 분신이다.
"장애를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시대"였지만 어린 고정욱은 '특별 대우'를 바라지 않았다.
의대 진학의 꿈이 물거품이 됐고, 교수가 되는 계획이 무산됐어도 절망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기 때문에 행복도 노력해야 해요. 제 주변의 장애인들이 다 부럽다고 해요. 그러면 '전 운이 좋았어요. 원하는 걸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할 수 있음에도 안 하는 것은 욕 먹어도 싼 일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원하는 삶을 위해 대가를 치르면서 노력할 것인지, 남들 하는 만큼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해요. 양손에 다 떡을 들 수 없어요."

고정욱 작가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자주 다닌다.
'백지 상태'인 아이들에게 장애의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다.
강의 때마다 "너희들 학교 가는 것 싫지, 그런데 장애인 주인공은 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 해. 왜냐면 그게 행복이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단순히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그는 말했다.
"그런 얘기를 해주면 우선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가 갖고 있는 행복과 자기가 너무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행복을 찾게 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못 가진 사람들을 공감해주고, 결과적으로 자기 삶을 더 귀한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그게 제 신념입니다."
고정욱 작가의 소명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40대 초반이던 어느 날 강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이 기뻐하고,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된다. "이렇게 보람 있는 삶을 살라고 내가 장애인이 됐구나"라고 생각한다.
고정욱 작가는 지금까지 297권의 책을 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잘 아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고 작가의 목표는 500권의 책을 내는 것이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사랑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