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찬 인천보훈병원장
인천보훈병원이 지난 8월 31일 개원한 이후 하루 평균 250~300명의 보훈 가족들이 이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김영찬 원장은 원장실 문 앞에 '들어오시구려'라는 문구를 붙이고 방문자들을 맞이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국내에 '남녀 갱년기 의학' 첫 도입
"돈 대신 명예 좇아 도의료원에 첫발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 되도록 노력"

인천보훈병원 김영찬(63) 초대 원장은 조금 '독특한 이력'의 의사다.

비뇨기과 전문의로 서울 강남에서 소위 잘 나가는 네트워크 병원장이었던 그는 2008년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장을 시작으로 공공 의료계에 발을 들였다.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애착이 컸다. 그런 이유로 인천적십자병원장,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항노화센터장 등을 지냈다. 지난 5월 인천보훈병원 1대 원장으로 임명돼 8월 31일 병원의 개원을 이끌었다.

김영찬 원장은 '병원 문화'를 만드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예우하는 것, 즉 보훈에 대한 이해심을 갖추는 것이 병원 문화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원장은 '행복한 직장' 문화를 만드는 일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보훈 의식을 갖추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무엇보다 직장이 편해야 한다"며 "다른 공공의료기관의 장점을 따오고 단점을 보완해 좋은 삶의 터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경영학 석사이기도 한 김 원장은 '공공의료기관 경영 전문가'로 불린다. 공공의료 기관장으로서 병원 경영 능력과 경험을 두루 겸비한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김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이 수익을 남기려고만 하는 자세는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일하기 좋은 병원 문화가 잘 정착되고, 각 분야에서 직원들이 '기본적인 일'을 꾸준히 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 수익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대 초중반 미국에 건너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의과대학에서 펠로우, 조교수 등으로 머물렀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국내에 '남녀 갱년기 의학'을 처음 도입했다.

2000년대 포르테 클리닉을 개원해 전국에 6개 네트워크 병원을 둘 정도로 성공했지만, 그는 '돈' 대신 '명예'를 좇았다. "다양한 직종이 있는 규모 있는 조직에서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하고 싶었다"는 그는 '공공 의료인'의 길을 선택했다.

김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의 가치를 잘 알고 그것을 공유하고 나누기 위해 힘쓰는 사람들은 늘 있고, 원장은 이런 분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원장으로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