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지 56년 만에 제2000호 보물이 탄생했다.
문화재청은 김홍도의 말년 역작으로 꼽히는 8폭 병풍그림 '김홍도 필 삼공불환도'(삼성문화재단 소장)를 보물 제2000호로 지정했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삼공불환도'는 1801년(순조 1년) 56세 김홍도가 임금의 천연두 완쾌를 기념해 그린 병풍 4점 중 하나로, 이들 중 유일하게 전한다.
삼공불환(三公不換)은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삼공(三公)의 높은 벼슬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뜻으로, 송 시인 대복고의 작품 '조대'(釣臺) 구절에서 유래했다.
기와집과 논밭,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장, 심부름하는 여성, 일하는 농부, 낚시꾼 등 조선 백성의 생활상을 사선 구도 아래 짜임새 있게 그려 넣었다.
문화재청은 "실물을 그대로 묘사한 듯한 화풍이 돋보이며 자유분방한 필치가 전체 완성도를 높인다"라면서 "김홍도 말년 대표작으로, 여러 분야에 두루 뛰어났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이외에도 '진도 쌍계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보물 제1998호), '대구 동화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보물 제1999호), '자치통감 권129∼132'(보물 제1281-6호)를 보물로 지정했다.
문화재청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336건 국보와 2천132건 보물을 지정했다. 실제 지정 건수가 2천 건보다 많은 것은 같은 판본에서 인출한 서책 등은 '삼국유사 권2' '삼국유사 권3~5'처럼 부번으로 지정하기 때문이다.
국보·보물을 시대별로 살펴보면 1960∼70년대에는 황남대총 북분 금관(국보 제191호) 등 발굴 문화재를 중심으로 한 국립박물관 소장품들이 주로 지정됐다.
1980∼90년대에는 창경궁 자격루(국보 제229호) 등 과학기술문화재, 경복궁 근정전(국보 제223호)과 같은 궁궐문화재처럼 기존 지정문화재 중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분야와 개인 소장 전적 문화재가 집중적으로 올랐다.
2000년대 이후에는 개인이 신청하는 문화재뿐 아니라 각종 조사나 업무협약 등을 통해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지정대상을 발굴해 지정 중이다.
국보와 보물을 유형별로 보면 건축문화재 751건 중 445건이 1960년대에 지정됐다. 반면 1960년대 183건 지정된 동산문화재는 2010년대 405건이나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발굴, 환수 등의 이유로 문화재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문화재청의 일괄 공모, 일제 조사 등 적극적인 지정 행정도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국보·보물 지정 절차도 지난 1992년 국보 제274호로 지정됐다가 위조품임이 드러나 4년 만에 해제된 '귀함별황자총통'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위원회 검토→지정예고→문화재위원회 심의→문화재청장 지정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변경됐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