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9년 제정된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임금을 최저수준으로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해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저임금 해소로 임금격차가 완화되고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며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경쟁 방식을 지양하고 적정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각 정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너도나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소득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 수준을 올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7천530원으로 결정됐고 내년에도 올해 대비 10.9% 인상된 8천350원에 방점을 찍으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사업장과 근로자 모두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 생각이다.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지불 능력이 위축된 사업장과 그에 따른 물가상승,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모두 불편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 표 참조


■인상폭 너무 크다는 사장님
# 고용주 측 "최저임금 인상 탓에 비용 직격탄…가게 문 닫을 판"
사용자 측에서는 최저임금이 빠른 속도로 인상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인건비마저 오르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영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처럼 작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앞서 제기된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그에 따른 각종 물가 상승으로 비용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하소연 중이다.
광명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37)씨는 "올해와 내년에 인건비가 20%가량 올랐고 원자재 등 음식재료 가격도 동반 상승해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그렇다고 비용 상승에 맞춰서 음식 가격도 억지로 올렸는데 손님이 더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마저 올리면 매출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세 중소사업장에서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용인에서 식자재 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53)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당초 계획했던 인력도 충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얼마 전 수출 계약을 했지만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도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5인 미만의 일부 자영업자들은 근로자들보다도 적은 임금을 받고 있어 업종별,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주장하고 있다.
인건비 인상 문제는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업주 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전반적인 인건비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업계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을 받아왔던 숙련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산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일반공과 숙련공의 임금 차이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며 "인건비가 함께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큰 차이 못느낀다는 알바생
# 아르바이트 측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줄이는 것 아니냐…물가 상승으로 체감도 못 해"
아르바이트생들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은 늘어났지만 생활 물가도 올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음식 서비스 물가 지수는 지난 8월 108.13으로 1월(106.57)에 비해 1.56p 상승했다. 경기 지역도 8월 108.49를 기록해 1월(106.10)보다 2.39p 늘어났다.
식품·제과업체들은 최근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6월초 라면 품목을 제외하고 16개 품목의 가격을 최대 27.5% 올렸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빼빼로 4종 가격을 1천200원에서 1천500원으로 올렸고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도 일부 품목을 300∼500원 인상했다. 유통업계는 원재료와 인건비(판매관리비) 등을 이유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에서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3) 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임금은 조금 올랐지만 다른 물가가 너무 올라서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며 "주휴 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점주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사장님들이 본인들이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무인화 기계를 도입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 8월 아르바이트 근로자 3천1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5.8%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걱정되는 점이 있다'고 답했다.
걱정되는 이유 중 '일자리 축소로 인한 구직난'이 67.1%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이 55.0%로 뒤를 이었다.
대학생 권모(20)씨는 "요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카페 전문점 등 인기 업종의 경우 경력직을 선호하는 등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는 자동화로 인해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자동화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와는 경제적 의미가 달라 비효율성이 증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