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자 43만5천명, 청년 실업률이 10%(표 참조)를 웃도는 가운데, 지난 1999년 외환위기 이래 한국 청년들 사이에 최악의 고용 한파가 불고 있다. 


정부의 최저임금인상 정책과 더불어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영향을 받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청년들의 용돈 벌이인 아르바이트 수까지 감소하는 실정이다. → 그래픽 참조

 


청년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 마냥 구직만을 기다릴 수 없는 청년들은 각자의 삶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기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 취직을 하는 삶이 아닌 새로운 도전으로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청년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창업부터 기술 자격 취득과 후계농업 경영인까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 나선 청년들을 만나봤다.


청년 기능장 신은배
부천우편집중국에서 기술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신은배(28)씨가 올해 배관기능장을 취득하면서 총 4개의 기능장을 획득해 올해 최연소 최다 기능장으로 선정됐다. /신은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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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하루 4시간 자며 '끝없는 자기계발'


# 인간 명장에 도전하는 최연소 최다 기능장 신은배(28)씨

기술직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며 행복을 찾고 있는 부천우편집중국 기술직 공무원 신은배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최연소 최다 기능장'으로 선발됐다.

지난 2012년부터 기술직 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보일러·공조·절곡·패널·용접 등 많은 작업을 벌이며 다양한 기술을 몸으로 익혔다. 그 결과 고등학교 재학 중 경기도 기능경기대회에서 판금분야 은상을 수상했다.

신씨의 인생 터닝포인트는 다름 아닌 '군대 생활'이었다. 군 생활에서 행복을 찾아 나섰던 그는 '재능을 살려 군대생활을 보내려 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신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군 복무 시절 동안 판금제관 산업기사와 보일러 산업기사 등 2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가스산업기사 및 용접기사 부문 1차 시험에 합격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軍 복무 하면서 자격증 취득 열정
기술직 공무원 근무 중에도 '열공'
'최연소 최다 기능장' 노력의 결실


기술직 공무원으로 합격한 이후에도 신씨는 행복을 찾기 위한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았다. 에너지 관련 설비업체를 찾아다니며 기술적 자문을 얻었고 그 외 필요한 정보들은 고양 킨텍스 박람회와 EBS 교육방송을 통해 공부에 매진했다.

신씨는 "도전을 통한 진정한 행복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의 노하우를 얻으려 13년간 하루 4시간씩 잠을 잤고, 이후 시간에는 현장경험과 에너지설비분야 공부에 열중했다. 또한 30분, 10분, 5분 등의 여과 시간을 단순히 넘기지 않고 책과 강의 등 학술적인 분야에 접근하려 했다.

그는 "그동안 자기계발로 얻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줄 수 있는 기술자가 되고자 한다"며 "앞으로 나 자신과의 도전을 통해 에너지 분야에 정진해 후진양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편,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며 베풀 수 있는 '인간 명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년농업경영인 장은비
로컬 마켓을 운영하며 청년들과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해 연구, 추진하고 있는 장은비씨(가운데). /장은비씨 제공

■미대생 타이틀 벗고 '농업을 예술로 여기다'

# 후계농업경영인으로 행복한 삶을 꿈꾸는 장은비(32·여)씨


대학과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장은비씨는 최근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됐다. 장씨는 석사과정을 마친 뒤 내려온 고향에서 표고버섯 농사를 28년간 하고 있는 부모를 도와주다 고향에 정착하기로 했다. 농업 속에서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다.

'미대생'의 타이틀을 벗고 농업에 뛰어들게 된 장씨는 농사일 또한 하나의 예술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느낀다. 장씨는 "지난 3년간의 농사일이 농부에 대한 가치와 문화를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그 속에서 자신의 예술적 가치와 확고한 철학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모님 표고버섯 농사 도와주다
'재배부터 판매까지' 영역 확대
로컬마켓 운영·후속 사업 준비


그는 본격적인 농업 경영인의 삶을 시작하면서 단순히 농산물을 재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산물 판매자로서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며,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얼굴 있는 농부시장'에 자신이 재배한 표고버섯을 판매하고 있다.

도농문화콘텐츠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최근에는 버섯재배 지역인 용인에서 청년 농업인 대표로 발탁돼 판매자 모집과 '청년얼장in용인한숲시티'라는 이름의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을 열기도 했다.

장씨는 현재 부모에게서 독립한 뒤 농지를 구입해 다른 청년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진해 나가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로고몬도 대표 한정규
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 밸리를 방문해 투자피칭을 마친 뒤 실리콘밸리 파운더 스페이스 스티브 헤드코치를 만난 한정규씨. /한정규씨 제공
 

■촉망받던 모범생, 안정된 직장 대신 '창업'

# 경영인으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 창업가 한정규(25)씨


스타트업 기업인 '로고몬도'의 대표 한정규씨는 서울 한남동에서 주얼리 사업을 하는 청년 창업가다.

그는 단순 판매가 아닌 주얼리와 관련된 이들(다이아몬드 딜러, 세공 장인, 디자이너, 웨딩플래너)을 모아 '누구나 자기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인 '코너스톤(www.connerstone.me)'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와 로스쿨 사이를 고민할 만큼 그는 공부 잘하고 촉망받는 모범생이었다.

안정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항상 '도전하는 삶'으로부터 행복을 얻어온 과거를 떠올리고 창업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일본 대학 진학에 도전했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행정고시·로스쿨 두고 고민하다
주얼리 관련 플랫폼 만들어 사업
IT 융합등 개척… 사업 확장 포부


그러면서 그는 "내 아이디어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 왔다"면서 "고민 끝에 창업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씨는 "남성으로 주얼리 사업에 도전하게 된 것도 단순한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한 뒤 "소비자가 냉장고를 살 때 소비전력부터 에너지등급, 용량 등 모든 것을 확인하면서 결혼반지를 살 때는 왜 그만큼의 발품을 팔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돼 웨딩시장에서의 합리적 소비를 추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고 했다.

일생에 한 번뿐인 '나만의 반지'를 만들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최고의 상품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해당 사업을 시작한 그는 현재 IT 융합 플랫폼을 개척하며 사업 확장 및 추진에 힘쓰고 있다.

한씨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플랫폼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숙련기술인들과 함께 더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을 대표하는 주얼리 플랫폼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