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도, 학부모도, 교사도 모두 행복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천의 행복배움학교인 인천명현초등학교를 지난 달 21일 찾아갔다.
이날 4학년 1반 교실에서는 4학년 아이들의 '시우터'가 열리고 있었다. 시우터는 명현초등학교 전체 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치기구를 부르는 명현초에서만 쓰는 이름이다.
대장간에서 담금질을 하는 곳이라는 뜻의 우리말이라고 했다. 대장장이가 만든 연장을 수백 수천 번을 두드리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 단단하게 만드는 시우터처럼 명현초 아이들이 단단한 아이들로 자랐으면 하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명현초등학교는 인천시교육청의 첫 행복배움학교로 지난 2015년 지정됐다.
행복배움학교란 인천형 혁신학교를 부르는 이름으로 "민주적 자치공동체를 바탕으로 윤리적 생활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하는 공교육 정상화 모델학교"라고 인천시교육청은 설명한다. 현재 인천에 40곳의 행복배움학교가 있고, 내년부터 그 수를 확대해 갈 예정이다.
이날 학년 시우터는 아이들이 올 한해 배운 것들을 아이들 스스로 평가해보고, 또 앞으로 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찾기 위해 열린 자리였다.
한 학생이 "인천시의회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을 때 좋았다"고 발표하자, 선생님은 "다음에 선생님이 더 재미있는 곳을 찾아서 여러분과 함께 갈 수 있도록 할게요"라고 답했다.
또 다른 아이가 "식물 키우기 수업에 더 많은 식물을 키워보고 싶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키워 볼 수 있는 식물이 또 뭐가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행복배움학교 지정 첫해 입학해 4년 가까이 공부한 명현초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학교에서 배우며 좋았던 것과 부족하다고 느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선생님에게 당당히 요구할 줄 알았다.
입학 첫해부터 시우터를 경험한 결과였다고 한다. 시우터에서 나온 아이들의 의견은 100%는 아니지만 실제 교육과정에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명현초 황혜진(39) 4학년 부장교사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려니 아이들이 공부를 힘들어하게 되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다른 것들도 실제로 시도하다 보면, 교사도 아이들도 만족감이 훨씬 높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명현초의 시우터가 처음부터 잘 돌아간 건 아니었다.
아이들 특유의 산만함과 장난 때문에 회의가 산만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교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내 이야기가 모두에게 이로운지 생각해보고 누군가에게 수치심이나 불쾌함을 주지 않는지, 실천 가능한 방법인지 학생들에게 꾸준히 지도하면서 시우터가 명현초의 문화로 자리잡게 됐다고 한다.
입학 첫해부터 행복배움학교에서 배움을 시작한 아이와 달리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다 전학 온 학생들은 일반 학교와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었다.
2학년에 전학을 왔다는 박민선(10·가명)양은 "모두 모인 시우터에서 내가 원하는 것 등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재밌다"면서 "이전 학교에 다닐 때는 힘들고 어려워도 말 못하고 참아야 했지만, 지금 학교에서는 힘들다고 말하면 선생님이 기다려 주고 고쳐준다"고 말했다.
명현초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교원 시우터'에서 학교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 누구의 지시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교원 스스로 학교의 주인이라는 주체적인 입장에 서서 관리자(학교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교원 시우터다.

교육과정, 학사 일정 등 다양한 주제를 시우터에서 다룬다.
예를 들어 학교 예산을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써야 한다"가 아니라 "이렇게 쓰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 교원 시우터라는 것이다.
교원 시우터에서 결정된 사항은 절대 번복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명현초의 교사들은 주체적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칠 교육과정을 스스로 재구성하는 것이 훈련이 되다 보니,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제는 다른 학교에 강의를 나갈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황 교사는 "행복배움학교라는 '멍석'이 교사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다 보니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것 같다"며 "행복배움학교에서 길러낸 제자들과는 이야깃거리도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행복해 진 데는 자발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이 학교 교사들은 말한다. '지시'와 '명령'에 의한, 가르치는 교육은 즐거울 수도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명현초에서 4년간 교장으로 일한 최형목 인천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교사와 관리자 사이의 신뢰가 쌓이고 민주적인 학교 분위기가 바탕이 되면 자발성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의무감을 벗어난 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 수업계획을 짜고, 교사들이 모여 수업 자료를 만드는 등 행복한 교육 활동이 행복배움학교인 명현초에서는 즐겁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