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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소재 '야귀' 공들인 연출… 현빈·장동건 액션대결은 볼만
권력암투 곁들인 괴물 '물괴' 연상… 익숙한 이야기 전개 아쉬움

■감독 : 김성훈 ·

■출연 : 현빈, 장동건, 조우진, 정만식, 이선빈

■개봉일 : 10월 25일

■액션/15세 이상 관람가/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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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은 좀비영화 불모지인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새 역사를 썼다.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좀비와의 혈투라는 신선한 소재는 관객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한국형 좀비물로 성공한 부산행에 힘입어 이번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색다른 좀비물이 스크린을 찾았다.

조선판 좀비인 '야귀(夜鬼)'라는 크리처를 더한 이번 영화는 독특함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배우 현빈과 장동건의 조합으로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영화는 '좀비만 보면 괜찮은데…'라는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공조'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창궐'은 조선에 창궐한 좀비 야귀에 맞서 싸우는 왕자 이청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김자준의 혈투를 그렸다.

영화 속 야귀는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가 타들어 가 낮에는 어두운 곳을 찾아 몸을 숨기고,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밖으로 나와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공격한다.

좀비, 흡혈귀와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죽은 자도, 산자도 아닌 새로운 크리처 야귀는 신선함을 안긴다. 그러나 이를 풀어낸 과정이 아쉽다.

어디선가 한 번 본듯한 전개다. 영화 중반부를 지나다 보면 지난 9월 개봉한 '물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야귀에게 물린 사람들이 야귀로 변하는 모습에서 역병을 품은 물괴가, 야귀의 존재를 알고 이를 이용해 왕좌를 노리는 김자준의 모습에서는 영의정 심운이 겹친다.

또 마지막 장면에서 활약을 펼치는 주인공들의 모습도 너무 닮아 뻔하고 지루하다. 물괴와 야귀는 분명 다르지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흐름은 두 영화가 많은 부분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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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성격도 또렷하지 못하다. 특히 절대악인 김자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장동건은 주변을 둘러싼 좀비떼로 인해 캐릭터 자체에 힘이 빠져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좀비와 액션에만 집중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무난하게 관람할 수 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서사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다면 실망감이 클 수도 있다.

야귀 연출에는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부산행'에서 느꼈던 좀비의 공포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데, 야귀들은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한 번씩 등장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낸다.

궁 밖에서는 백성들이, 궁 안에서는 신하부터 무사, 궁녀, 내관까지 수많은 사람이 야귀로 변하는데, 관절이 뒤틀리고, 탁한 눈동자에 날카로운 이를 가진 이들이 달려들어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배우들의 액션은 힘없는 이야기에 힘을 조금 보탠다.

현빈은 영화에서 칼 한 자루로 수많은 좀비 떼와 맞서며 액션신을 펼쳐나간다. 특히 장동건과 펼치는 결투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역시 이 신을 명장면으로 꼽았을 정도.

또, 곳곳에서 펼쳐지는 조우진, 이선빈, 조달환 등 조연들이 각각 검, 활, 창 등을 이용해 펼치는 액션도 눈여겨 볼만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사진/(주)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