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베트남 환자 초청치료 계기
26년째 해외 환아 대상 인술 베풀어
17개국 417명 수술 '새생명' 되찾아
몽골인 수크어치르(31), 엥크게린(29) 부부는 지난 6월 생후 2개월 된 아기(만라이바야르)가 선천성 심장병인 '팔로사징후'를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몽골 현지 의료진은 이 부부에게 '해외 수술'을 권유했다. 하지만 한 달 소득이 한화 기준으로 35만원인 부부가 5천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들 부부에게 지난 8월 27~30일 몽골 바양골 구청에 찾아온 한국 의료진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인천시가 가천대 길병원, 밀알심장재단, 여의도순복음교회, 모리스심장협회, 새생명찾아주기와 함께 한 '인천시 아시아권 교류 도시 의료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몽골 심장병 어린이 초청 진료에 앞서 수술 대상 환아를 선정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5명에 만라이바야르가 포함됐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엥크게린씨는 "감사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가천대 길병원이 2일 오전 암센터 9층 병동에서 '몽골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완치 축하연'을 열었다. 만라이바야르를 포함해 울란바토르에서 온 게게린(9개월·여), 엘덴벌러르(11개월), 부징함(6개월·여), 냉등에르뎅(5개월·여) 등 5명의 아이들이 지난달 17~24일 심장병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었다.
냉등에르뎅의 모친 바상잘갈씨는 이날 행사에서 자신들을 도와준 의료진, 후원 단체, 인천시 등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편지를 전했다.
바상잘갈씨는 "몽골에서 수술이 불가능하고 외국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우리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돈이 없어 울기만 했다"며 "냉등에르뎅이 (초청 치료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고, 고마웠다"고 했다.
그는 또 "잘 먹지 못하던 아이가 잘 먹고, 잘 자며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20여일 간의 치료 기간 동안 따뜻한 마음으로 치료해주신 의사, 간호사 선생님과 늘 챙겨주시는 사회사업실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편지에 적었다.
가천대 길병원은 1992년 베트남 여성 환자 도티늉씨 초청 치료를 계기로 해외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를 26년간 지속해왔다. 인천시와 함께하는 '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사업'을 통해 한국에 온 124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17개국 417명이 길병원에서 수술받았다.
가천대 길병원 최창휴 교수(심장센터)는 "지난 8월 몽골에 갔을 때 5명을 초청했지만 이 아이들 외에도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이 많았다"며 "수술받으면 정상적으로 클 수 있는 아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밀알심장재단 이정재 대표는 "인천시와 길병원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재단은 앞으로도 저개발국 심장병 아이들이 새 생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김양우 병원장은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우리 국민 중에도 선진국의 도움으로 희망을 찾은 사례가 있었다"며 "해외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사업은 우리가 받은 도움을 보답하고자 하는 약속으로, 저개발국 어린이를 위한 봉사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