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최근 대한민국에서 범죄예방 최고의 도시로 평가받게 한 숨은 일꾼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부천원미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장으로 일하는 황제현 경사(36).
일명 '먹자골목'에 대한 범죄예방에서 탁월한 기획력을 발휘, 5대 범죄 발생이 크게 줄어든 데다 지자체의 예산까지 절감시킨 사례가 알려지면서 그의 노하우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대구경찰청 관계자들은 원미경찰서를 방문해 '먹자골목' 범죄예방법을 벤치마킹했다. 또 경기남부경찰청에서도 CCTV 일제점검을 통해 CCTV 재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부터 범죄예방활동을 펼쳐 온 황 경사는 부천의 '먹자골목'을 다닐 때 마다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음식점 및 유흥업주들이 업소를 홍보하기 위해 길거리에 내놓은 수많은 '에어라이트'로 인해 길을 가다 어깨를 부딪쳐 큰 싸움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관내 6개 먹자골목에서 폭력 발생의 67%를 차지하고, 특히 여름에 범죄가 증가하는 것에 착안, '깨끗한 먹자골목 조성'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무질서한 6개 먹자골목을 기존의 대집행방식에서 자율정화 위주로 유도하고, 상습 위반업소에 대해 형사입건하는 방법으로 범죄발생을 28% 줄였다. 환경개선과 상가활성화의 효과까지 더해진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지난 2일 부천시 월례회의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그는 또 먹자골목에 CCTV가 부족하다고 보고, 부천시에 CCTV 추가설치를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러나 CCTV를 신설할 경우 대당 2천300만 원이지만 이전하는 것은 200만 원이면 된다는 걸 알고 CCTV 재배치가 해결책이라고 보고 전수조사에 나섰다. 지구대 경찰관들과 함께 60일 동안 관내 2천960대의 CCTV 전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고장 난 비상벨, 낡은 안내판 111개소를 전면교체하고 중복 설치된 CCTV 28대를 필요한 지역에 이전 설치하는 등 주민의 범죄 불안감을 해소했다. 이로 인해 부천시의 예산 5억 원 정도가 절감되는 효과도 얻었다. 5대 범죄는 11%나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어릴 때 꿈이 경찰관이라고 한다. 대학도 1학년만 마치고 의경에 입대하고 제대 후 복학보다는 순경시험을 준비해 23살에 경찰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시민 경찰학교 운영으로 '치안파트너'를 육성해 경기남부청 우수사례로 선정된 데 이어 관내 치안정보를 집대성한 '우리 동네 치안 총정리'를 제작해 자율방범대에 배포, 월 1회 합동순찰을 실시하는 '투게더 데이'를 기획하는 등 공동체 치안활동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그는 "안전한 부천시를 만들기 위해 주민과 시청, 경찰이 힘을 합쳐 공동체 치안에 앞장선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각계각층의 참여를 끌어내어 지역사회 범죄예방에 공헌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천/장철순 기자 s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