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시절 문학은 '든든한 친구'
스승 김윤식 시인 도움 첫 시집 펴내
2011년부터 창작한 66편 담아 공개
"죽는 날까지 지구력을 가지고 시를 쓰겠습니다."
첫 시집 '눈물은 다리가 백 개'(도서출판 황금알)를 펴낸 이나혜(42·사진) 시인은 "만약, 내가 시를 쓰지 않는 날이 있다면 그 날은 내가 죽는 날"이라며 "다른 이들이 뭐라 이야기하던 시(詩)의 길을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6년 '문학청춘'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나혜 시인은 첫 시집에 자신이 2011년부터 최근까지 써 모은 시 66편을 담았다.
이 시인은 "여러모로 부족한 첫 시집이지만 애틋하다. 내가 짝사랑해온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이 기쁘고 행복하다"며 "지금의 행복을 가슴속에 간직해 자만하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장산도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에서 살다 15년 전 인천에 터를 닦았다.
시인이 꿈은 아니었지만, 학창시절부터 매일매일 뭔가를 끄적이는 일에 익숙했다. 잡히는 데로 노트나, 일기장에 그날그날 "토해내고 싶은 것들을 썼다"고 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해 낮에 일과 학업을 병행하던 힘든 시기에도 글을 쓴다는 것은 그를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와 만나는 시간이었다.
그는 "글을 쓰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했고, 나를 다독이기도 했다"며 "뭔가를 쓰고 있는 순간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끄적이는 일은 계속됐고, 직장을 다니면서는 블로그에도 용기를 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읽어본 주변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조언해 주는 이도 있었다.
2008년 다니던 직장이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맞물린 시기였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와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기로 하고 퇴사했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시도 썼다. 그럴수록 더 배우고 싶었다. 시를 배울 곳을 찾던 중 인천에서 시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윤식 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시인)와 만났다.
그는 "스승의 도움으로 첫 시집을 냈다. 앞으로 독자를 위한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며 "시인이 내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날까지 시를 쓰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