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슨 내과학'에 연구결과 인용도
유학마치고 '조건 갖춘' 길병원 둥지
희귀질환 미진단 프로그램 국내 필요
"왜 아픈지 원인을 몰라 해결이 안 되는 환자분들이 있어요. 그런 병의 원인을 찾아보는 일이 제 관심사입니다."
가천대 길병원 이시훈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유전체의과학과)는 '의사 과학자'의 길을 걷는, 전국에 몇 안 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의사 과학자는 진료와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는 의사를 뜻한다. 그는 '특발성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유발하는 부갑상선 호르몬 유전자 변이를 지난 201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길병원에서 진료한 50대 환자가 연구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 '전 세계 의사들의 바이블'로 불리는 '해리슨 내과학'(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0판의 '내분비와 대사' 챕터에 그의 연구 결과가 인용됐다.
92학번으로 해리슨 내과학 13판으로 공부했던 이 교수는 약 20년 뒤 이 책에 자신의 연구 기록을 남기는 영광을 얻었다.
이 교수는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다. 연구뿐 아니라 환자 진료를 통해 얻는 '영감'과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다. 호기심이 많고, 그것을 충족했을 때 쾌감을 느낀다.
이 교수는 "부갑상선 호르몬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을 때는 며칠 밤을 못 잘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의학계 연구과 연구원과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도쿄대 의학 박사이면서 공학계 교수인 정웅일 박사를 만나 융합 가치와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고, 당뇨병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이클 콴(Michael Quon) 박사로부터 의사 과학자로서 갖춰야 할 자세를 배웠다.
이 교수는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의사 과학자'의 길을 구체화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가 짧은 유학 생활을 마치고 길병원에 오게 된 것은 의사 과학자로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의료 기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길병원의 젊은 의료진 가운데 의사 과학자로서 의욕이 있고 실력을 갖춘 의사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희귀 질환 미진단 프로그램인 UDP(Undiagnosed Diseases Program)를 운영하는 기구가 국내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해결하지 못한 질환의 원인을 찾는 일이 수월해졌다"며 "희귀 질환을 앓는 분들의 '해결사'로서 미국 UDP와 같은 프로그램의 국내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