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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6일 필리핀 대표팀을 꺾고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2018 결승에 진출하자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 앞에서 축구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필리핀을 꺾고 10년 만에 스즈키컵 결승에 올랐다.

베트남은 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18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 홈 경기에서 필리핀을 2-1 물리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베트남이 결승에 진출하자 온 국민들은 축제의 도가니가 됐다.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목이 터지라 응원하던 현지인 장(38)씨는 베트남의 결승행이 확정되자 "베트남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박항서 감독님 덕분에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고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우승하길 바란다"고 희망을 밝혔다. 

옆에 있던 응언(29) 씨는 "너무 행복하다"면서 "10년 만에 이런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되다니 꿈만 같다"고 기뻐했다.

박항서 감독의 계속되는 매직에 이날 베트남 전역이 거대한 축제장이 됐다.

하노이와 호찌민 등 주요 도시 곳곳은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들고 승용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기쁨을 만끽하는 젊은이들로 넘쳤다.

부부젤라를 불고 북을 치며 인도에 나와 있는 시민과 기쁨을 나눴다.

박항서 감독의 사진이나 대형 그림을 따라 다니며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 같은 축제 분위기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트럭에 올라탄 젊은이들이 금성홍기를 흔들며 시내 곳곳을 누비며 '베트남 꼬렌(파이팅)'을 외쳤고, 일부는 승리를 예감한 듯 불꽃을 터트리며 춤을 추고 노래했다.

베트남 남부 꽝남 성의 한 청년은 뒷머리를 박항서 감독 얼굴 모양으로 자르고 대형 박 감독 그림을 들고 거리를 누비기도 했다.

덕분에 나팔과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 빨간색 티셔츠, 스티커 등 응원 도구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날 경기가 펼쳐진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은 4만 관중이 자리를 가득 메웠고, 베트남 권력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총리도 직접 관람하며 응원대열에 합류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응원 열기는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부부젤라와 북소리, 거대한 응원 함성으로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관중석에서 파도타기가 시작되면 몇 바퀴나 돌고 나서야 끝났고, 일부가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면 일제히 동참해 환한 불빛으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푹 총리도 베트남 대표팀이 2골을 잇달아 넣자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악수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TV나 스크린이 설치된 카페, 주점, 식당 등에는 손님들이 대거 몰려 단체응원을 펼쳤다.

베트남 대표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환호성이 울렸고, 아까운 기회를 놓칠 때마다 탄성이 멀리까지 들렸다. TV를 보지 않아도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미딘경기장 안팎에서는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거나 태극기를 어깨에 걸친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장 씨는 "박항서 감독 덕분에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정말 좋아진 것 같다"면서 "한국이 베트남 대도시 주민에게 복수비자 발급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박 감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항서호는 오는 11일과 15일 결승에 진출한 말레이시아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최종 승자를 가린다.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는 등 한 수 위의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번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컵을 가져온다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섰다.

/손원태 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