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재건축 조합아파트를 시공하는 일부 건설사가 조합원 명의의 분담금 수억원을 공사비가 아닌 다른 용도로 횡령하는 바람에 공사자체가 중단되면서 조합원들의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나와 재건축 조합과 조합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정 금융기관은 건설사가 조합장의 인감을 도용, 분담금을 빼내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 방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15일 서구 가정동 Y주택 재건축 조합 분담금 유용 의혹(본보 7월4일자 19면 보도)과 관련, 시공사인 경기 광명시 소재 M 건설 대표인 N(38)씨와 K은행 직원 H(39)씨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 수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N씨는 지난해 6월 Y주택 재건축 아파트 시공사로 선정된 뒤 아파트 입주에 따른 주민 분담금 16억7천900만원을 K은행 시흥지점을 통해 대출받은 뒤 4억원 이상을 공사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다.

이들은 인출된 분담금 대부분을 회사 자금이나 건설사의 부동산 구입 등의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행 실무 담당자인 H씨는 재건축조합과 건설사의 서면상 날인 등 합의하에 자금 집행을 한다는 당초 약속을 어기고 N씨가 인터넷 뱅킹을 통해 남아있는 11억1천900만원을 인출하도록 묵인 또는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경찰은 이들을 소환해 분담금 중 4억원 이상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하고 입·출금 금융계좌에 압수수색 영장 신청과 함께 국과수에 은행 서명 진위 여부를 의뢰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문제의 M건설측이 인천 재건축 조합 아파트 신축과 함께 서울 오류동 재건축 아파트 신축 과정에서도 분담금 횡령이 있었다는 조합원들의 진정에 따라 서울 남부서와 공조수사를 펼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부서 관계자는 “이들 분담금 횡령사건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내주중 사법 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도심 재건축 조합은 아파트 시공사 선정과 자금 집행에 있어서 철저한 확인을 거쳐야 이같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Y주택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9월 공사에 본격 착공한 뒤 건설사가 분담금을 공사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바람에 착공 7개월 만에 공사가 완전 중단됐고 시공사가 변경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