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월 수원 영통지구 A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한 김모(36·회사원)씨는 최근 인근에 위치한 24평형 아파트를 분양받고 잔금 3천만원을 치르기 위해 전세 소유자 소모(55)씨에게 전세금 8천5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그러나 “그렇게 큰 돈이 당장 어디서 나느냐”면서 “전세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 돌려주겠다”는 소씨의 매몰찬 답변을 들어야 했다.

결국 인근 부동산에 전세집을 내 놨지만 두달이 넘도록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결국 김씨는 어렵게 받은 은행대출로 잔금을 치른뒤 매달 은행이자 10여만원씩을 부담하고 있는 형편이다.

저금리로 인해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아파트 직접 매매량은 증가하는 반면 전세 거래량은 감소, 김씨처럼 전세금 '속앓이'를 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17일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경기지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도내 각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전세 거래량은 월평균 3~5건 정도로 작년에 비해 약 40%선에 그치고 있다.

특히 수원 영통지구 등 지하철이 추진되는 지역의 아파트들은 매매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투자를 위한 매매상담은 늘어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전세 거래는 작년 대비 30%대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때문에 전세를 벗어나려는 세입자와 새로운 세입자를 못구한 아파트 소유주들이 전세금을 놓고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8월 평택시 비전동 B빌라에 사는 윤모(38)씨는 인근 H아파트 분양을 받았지만 5개월이 넘도록 전세금을 받지 못하다 결국 집주인 심모(48)씨와 주먹다툼까지 벌이기도 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김준현(50)지부장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시중 자금이 전세대신 매입으로 몰린다”며 “융자를 받더라도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경향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