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정책을 펴는데 민심이 어디 있나를 먼저 알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2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미은행빌딩 2층 대회의실은 100여명의 시민들이 내부를 가득 메운 가운데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몹시 어수선했다.
여기선 당초 인천대와 인하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도시 건설을 위한 범인천시민협의회가 '동북아 중심도시 건설을 위한 인천의 과제'라는 주제로 시민토론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토론회를 시작할 무렵 입장한 50여명의 '영종 도시개발사업 16개 구역 조합 협의회' 회원들이 발언권을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이들은 토론회 진행을 제지하면서 30여분 동안 인천시가 밝힌 영종도 공영개발방식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언제는 난개발을 막는다며 도시개발사업 조합설립을 허가하더니 이제 와서 주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갑자기 공영개발방식으로 한다는 건 말도 안됩니다.” 주민들은 지난 7월 인천시가 영종·용유지역의 공영개발 방침을 밝힌 이후 경제자유구역 조성과 관계 있는 토론회나 회의장을 찾아다니며 시의 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행사에 참석한 정무부시장의 답변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무렵 행사장 한편에서는 다른 이유로 경제자유구역의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유인물에는 '먹고 살기 나아지지 않는다', '귀족학교 한해 등록금 2천만원', '건강권 외면, 돈벌이 사업으로'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결국 주최측은 “더 이상 원만한 토론회를 진행할 수 없다”며 행사 종료를 선언했다. 토론회가 시작된 지 꼭 한시간만의 일이었다.
패널과 방청객이 행사장을 모두 빠져나간 뒤 장석호 조합협의회 회장은 주최측인 한영환 시민협의회 사무총장에게 “행사를 무산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너무 분한 주민들의 마음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 같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 총장은 “주민들 입장이야 이해하지만 질서있게 각자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신민재기자·gustav@kyeongin.com
시민토론 시민이 방해(?) '씁쓸'
입력 200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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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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