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도착 늦어 20분 심폐소생술도
평소에도 장학금·봉사활동 '모범'
"어려운 사람 도움 줄 수있게 노력"
"저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그 상황이라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아요."
인하대 산업경영학과 4학년 탁강욱(28)씨는 지난 7월 여자친구와 함께 지리산 뱀사골계곡을 찾았다가 물에 빠진 A(30)씨를 발견했다.
A씨는 허우적거리다 급기야 물 속으로 가라 앉았다. 뱀사골계곡은 여름철 물놀이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깊은 곳의 수심은 약 4m에 달한다.
이를 본 탁 씨는 물안경만 쓴 채 망설임 없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 A씨는 수심 4m 깊이 바닥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었다.
탁 씨는 "사람이 물에 빠져 가라앉는 걸 처음 봤는데,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물안경을 갖고 있어 곧장 물로 들어갔고, 계곡 물이 맑아 바닥에 있던 A씨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A씨를 물 밖으로 끌어 올린 그는 주변에 있던 시민들과 번갈아 가며 A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탁씨도 물 속을 내려갔다 오며 많은 물을 마셨지만, A씨가 의식이 없던 탓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산에서 사고가 발생해 119구급대의 도착은 늦어졌고, 심폐소생술은 20분 간 이어졌다. 결국 A씨는 의식을 찾지 못한 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5일 후, 탁씨에게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의식을 찾은 A씨의 감사 전화였다. 탁씨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며칠이 지나도 A씨가 깨어났다는 얘기가 들리질 않아 '정말 잘못된 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며 "A씨의 전화를 받았을 때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 못했을 일"이라고 했다.
전북 남원소방서는 이 같은 공을 인정해 최근 탁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한 생명을 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2012년 인하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1학년 1학기를 제외한 모든 학기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학업에서도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틈틈이 연탄 배달, 벽지 도배 등의 봉사활동까지 한 '모범생'이다.
그는 A씨를 구한 경험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탁씨는 "취업 준비로 힘이 들었는데,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