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 대립으로 불거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27일(현지시간) 6일째를 맞았지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 상원은 이날 오후 예산안 논의를 위한 본회의를 소집했지만 곧바로 휴회했다.

로이터와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었지만, 셧다운을 끝내기 위한 조치 없이 몇분 만에 바로 휴회했다. 상원에서 수정된 새 예산안이 처리될 경우에 대비해 하원도 소집됐지만, 표결을 위한 별도 회의는 없었다.

상원은 31일 오전 10시까지 휴회했으며 내년 1월 2일 오후에 예산안 심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극적인 타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미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는 이번 주를 넘어 새해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 의원들의 임기는 내년 1월 3일 정오까지이며 당일 오후부터 새 의회가 출범한다.

현재 의원들은 워싱턴DC를 떠나 있으며 만약 표결이 이뤄질 경우 의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24시간 전에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목요일 의회는 새해가 되기 전에 셧다운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거의 포기했다"면서 이날 열린 상원은 거의 비어있었고 의사당 복도는 조용했으며 의회 지도부 사무실은 문이 닫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WP는 "그 이면에서 민주당 의원 보좌관들은 내년 1월 3일 하원을 장악하면 정부 업무를 재개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새 하원에서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가 의장으로 선출될 전망이다.

앞서 공화당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21일 상원 본회의를 소집하고 긴급 지출법안(예산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과 협상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법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국경장벽 예산으로 57억 달러가 반영됐다. 그러나 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상원에서 논의와 표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민주당 책임론을 거듭 거론하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떠한 정부 예산안도 불법적인 마약과 범죄자, MS-13(엘살바도르 최대 마약 갱단), 인신매매업자들의 유입을 막고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의 위기를 인식함에 따라 5일 전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해법을 민주당에 제시한 바 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셧다운이 지속되길 원하지 않지만, 나라의 안전과 안보를 최우선시하지 않는 예산안에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마침내 국경 보안과 남쪽 국경장벽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는가"라며 "마약과 인신매매, 갱단 멤버들과 범죄자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걸 막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공화당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의 의장인 마크 메도우즈(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결심은 확고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의 대변인은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부 셧다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서 여전히 간격이 매우 크다"고 이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같은 당 펠로시 원내대표의 대변인도 "민주당은 강하고 분별 있고 효과적인 국경안보를 위한 자금 지원을 포함해 정부 업무 재개를 위한 세 가지 옵션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비도덕적이고 비효율적이며 비싼 장벽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