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설비로 화재 노부부 사망 계기
전등·전선 등 바꾼후 사용법 설명도
봉사단체 가입후 개인활동 고민 해결
경제적 어려움으로 노후된 집에 거주할 수 밖에 없는 안성지역 소외 이웃들을 대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전기설비업에 종사하는 박상돈(44) (주)영현전력 대표다.
박 대표는 지역에서 노후화된 공간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빛의 전도사'로 불린지 오래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지역의 구석구석을 돌며 이웃들의 집을 방문해 오래돼 낡고 고장난 전등과 콘센트, 전선 등의 전기설비를 무료로 교체하고 새로 시공해주는 선행을 남모르게 이어오고 있다.
박 대표는 "그냥 하고 싶어 하는 일일 뿐 신문에 나올 일이 아니다"라고 인터뷰를 수차례 거부하기도 했다.
그가 이 같은 선행을 시작하게 된 것은 노후화된 전기시설 때문에 발생한 화재로 노부부가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난 뒤다.
그는 "전기설비에 대한 적은 지식과 상식, 그리고 적절한 설비 교체만 있었어도 안타까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혹시 내 주변에도 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찾아서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지인들에게 수소문해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시설을 고쳐주고 전기제품 및 설비에 대한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혼자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다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로부터 봉사단체 가입 권유를 받고 나서야 그의 고민이 해결됐다.
그는 "이미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수년전부터 '반딧불'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저와 같은 재능기부를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며 "혼자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고민했던 부분들을 회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딧불'에 가입한 뒤 회원들과 함께 2달에 한 번씩 지자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가구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전기설비를 교체 및 시공해준 가구들에 대해 AS도 잊지 않고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의 마지막 바람은 더 많은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제가 전기설비업에서 일하다 보니 이 분야에서만 봉사활동이 이뤄지는데 조금 더 여력이 된다면 더 많은 분야에서도 봉사활동을 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