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사이 50년이상 가게 중심 선정
현실적 버거움 사장들 목소리 담아
'양지사' 등 16곳 소장 유물 전시도
인천의 오래된 가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가게 주인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긴 학술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인천도시역사관이 2년 만에 펴낸 보고서 '오래된 가게, 인천 老鋪(노포)'다.
인천도시역사관 학예사 우석훈(32·사진)씨는 1970년 이전에 인천에서 개업해 창업주의 운영 철학과 업종이 이어지고 있는 가게 69곳의 주인들을 직접 만났다. 그는 지난 2년에 걸쳐 오래된 골목 사이사이 터를 잡은 오래된 가게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보고서에 담았다.
우석훈씨는 "보통 음식점 같은 경우는 오래될수록 노출이 많이 돼 잘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게들은 알려지기 않기 마련"이라며 "인천에서 오랜 기간 전통을 유지해가며 운영되고 있는 노포를 발굴해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개업 후 50년 이상이 된 가게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그래서 기획을 진행했을 때만 해도 대를 이어서 가게를 운영해온 배경에는 모두 나름의 '철학'이나 '자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 씨의 예상은 가볍게 빗나갔다.
우씨는 "장인정신과 자부심을 갖고 가게를 운영하는 곳도 분명 있었지만 오래된 가게라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라 주변의 상점과 똑같이 경쟁을 하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심지어 대를 이어서 가게를 운영해야 한다는 현실적 버거움을 느끼는 상점 사장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씨는 "오래된 가게라고 모두 유물을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쓰던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물건을 사면서 옛 물건들이 많이 사라져 있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우석훈 학예사는 문구점 양지사 등을 비롯해 16개 가게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발굴해 전시하고, 일부는 박물관으로 기증받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재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전시 중인 옛 사진관의 카메라와 세트장, 마작용품, 모서리가 뭉툭해진 신발골(신발틀), 옛 성냥과 포스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씨는 "최근 시에서 창업 지원도 해주고 있는데 이런 오래된 가게를 지원하고 조명하는 사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인천지역에 있는 박물관에 종사하는 만큼, 앞으로는 지역사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사진/인천도시역사관 제공/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