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교회 성가대를 시작으로 市합창단·호산나 등 민간으로 전파
음악계 거장 작곡가 최영섭·윤학원 감독 종교 활동하며 영향받아
1970년대 '메시아 연합 연주' 단체들, 2016년 대축제로 다시 뭉쳐
40~50대의 향수 불러일으킨 '…궤적'展, 역사적 관점으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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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찾았던 음악에 관심 있는 40~50대 이상의 시민들은 전시회 자료들을 보며 "내가 몸담았던 합창단이다", "내가 이 곡을 불렀었지"라고 말하며 과거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전시 기획을 총괄했던 이주영 인천문화재단 개항장플랫폼준비본부장은 "전시회 제목에 나와 있듯이 '궤적'의 의미에 맞춰서 역사적 흐름을 조망하게끔 구성해야 했는데, 자료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면서 "인천 합창의 역사와 함께 인천 합창을 알리는 단초를 제공했던 전시회로 의미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전시회를 통해서 확인되는 인천 합창의 역사와 발전 과정은 그 자체로 '인천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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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천문화재단 음악플랫폼 음악홀에서 열린 '인천 합창의 궤적'전. /인천문화재단 제공

1885년 선교사 아펜젤러에 의해 설립된 인천 중구 내동의 내리교회는 우리나라 첫 개신교회다.

 

예배당에서 찬송가가 불리고, 이후 교세가 번창하면서 교회 안의 찬양이 민간으로 퍼져나가면서 '인천 합창 문화'가 구축됐다.

내리교회 성가대는 1954년 우리나라 최초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전곡을 연주한 후 현재까지 전통을 이어가며, 지난 연말 제28회 메시아 대연주회를 개최했다.(1월 4일자 9면 보도)

또한, 창단 연도가 오래된 합창단들의 건재와 함께 전쟁 후 지역에서 지휘자로 활동했으며,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90), 국내 합창 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윤학원(81) 전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등은 '인천 합창 문화'의 결실들이다.

개신교 신자였던 최영섭과 윤학원은 교회를 통해 서양음악을 접했다.

최영섭은 내리교회 찬양대를 이끌며 '메시아'를 수차례 지휘했고, 윤학원 또한 변성기 이전까지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자연스럽게 합창을 접한 후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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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인천합창대축제.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아이클릭아트

1952년 내리교회 성가대원이 주축이 돼 인천시합창단(지휘·최영섭)을 발족했으며, 1958년 호산나합창단이 창단한 이후 샤론합창단, 대한어머니회합창단, 인천남성합창단, 인천장로성가단, 인천YWCA합창단, 인천여성합창단, 로고스합창단, 한국부인회합창단 등이 창단돼 오늘날까지 활동을 이어가면서 '인천 합창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호산나합창단은 1957년 인천 기독교 사회관 고등부 합창단으로 창단해 이듬해 호산나합창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초대 지휘자는 권경호였으며, 단원은 고등학생들로 이뤄졌다.

2005년 호산나동문합창단이 창단해 명맥을 잇고 있다. 1966년에는 대한어머니회 합창단이, 2년 후에는 샤론합창단이 창단한다.

인천남성합창단과 인천장로성가단, 한국부인회 합창단은 1971년 창단하며 1974년 인천YWCA합창단, 1976년 로고스합창단, 1977년 인천여성합창단 창단으로 이어진다.

이즈음에 내리교회를 중심으로 지역 교회들은 메시아연합연주회를 기획했다.

'1970년대편 인천시사'에 따르면 1978년 11월 4일 인천시민회관에서 메이사연합연주회 창립기금 마련을 위한 내리교회성가대와 부평감리교회성가대,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연합연주회가 열렸다.

이를 통해 이듬해인 1979년 12월 22일 인천시민회관에서 내리교회와 중앙감리교회, 제3장로교회, 송현성결교회로 구성된 연합성가대와 인천시립교향악단의 '메시아'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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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제공

이 같은 역사적 자양분을 안고 있는 인천 합창이 최근 다시 하나로 뭉쳤다.

2015년 하반기에 인천시립합창단의 제7대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김종현(59)은 지역 아마추어 합창의 저변확대와 활성화를 위해 2016년 제1회 인천합창대축제를 개최했다.

인천지역의 구립합창단과 부부· 실버·어린이 등 여러 형태의 합창단 27개 팀, 1천200여명이 출연했다. 지난해 9월 3일 동안 열린 제3회 축제 때도 27개 합창단이 참가했다.

대청도에서 물길을 헤쳐 달려온 메아리·동백 합창단도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각 합창단들의 단독 공연 후 축제의 마지막은 모든 참가자들의 합동 공연으로 장식했다. 이처럼 '인천 합창 문화'는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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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교회 찬양대원들이 민간에서 활동하며 합창문화를 일군 것은 지역 문화 발전사의 중요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인천의 '합창문화'를 보면 진정한 의미의 지역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