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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브렉시트(Brexit) 계획 관련 표결이 완료된 뒤 발언하고 있다. 영국 하원은 이날 애초 예정된 브렉시트를 연기하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합의 없이 유럽연합(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배제하고,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중 가장 많은 반발을 불러온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대안을 추진하도록 했다. /AP=연합뉴스
영국 하원이 29일(현지시간) 오후 7시 향후 브렉시트(Brexit)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와 관련한 계획에 대해 표결을 실시한다.

앞서 영국 하원은 지난 15일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에 메이 총리는 지난 21일 향후 EU와의 협상에서 의회 발언권 확대, '안전장치'(backstop) 관련 EU와 재협상, 노동권 및 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을 담은 '플랜 B'를 제시했다.

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안전장치'가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원의원들은 메이 총리의 '플랜 B'에 대한 다양한 수정안을 내놨고,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이날 총 7개의 수정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열린 내각회의에서 각료들에게 브렉시트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설명한 뒤 하원 토론회에 출석, 같은 입장을 내놨다.

메이는 특히 '안전장치'와 관련해 "중대하고, 법적으로 구속력있는 변화"를 얻어내겠다고 강조했다.

EU는 그동안 브렉시트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메이 총리는 EU 내에서 재협상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은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표결에 부쳐질 수정안 중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의장인 그레이엄 브래디 경이 내놓은 수정안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앞서 브래디 경은 논란이 제기된 '안전장치'를 다른 대안 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내놨다.

브래디 경의 수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이를 토대로 EU 측에 '안전장치' 재협상을 요구한다는 것이 메이 총리의 생각이다.

메이 총리는 "오늘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지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서 브래디 경의 수정안 지지가 하원에서 통과될 수 있는 합의안을 EU와 협상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등 브렉시트 강경론자,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브래디 경의 수정안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이날 표결에서 관심을 모으는 또 다른 수정안은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와 힐러리 벤, 보수당의 니키 모건 등 하원 특별위원회 의장들이 제출한 안이다.

이 수정안은 다음 달 말까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비준되지 않으면 EU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탈퇴 시점을 올해 말까지 9개월 연장하는 내용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이 수정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탈퇴시점을 9개월 연장하는 것은 너무 긴 만큼 이를 3개월로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정부가 충분한 토론을 위한 시간을 보장하도록 한 뒤,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놓고 투표하자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했다.

전 법무상 출신의 도미닉 그리브 보수당 의원과 다른 평의원들이 제출한 수정안은 하원이 6일간의 토론을 진행한 뒤 여러 브렉시트 대안에 대해 투표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그리브 의원은 다른 당 의원과 함께 2월 말까지 의회에서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도록 하는 수정안도 제출했다.

다만 이를 얼마나 연기할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언 블랙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하원 원내대표가 내놓은 수정안은 정부가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EU 탈퇴시기를 연기하는 한편, 스코틀랜드 지역은 EU 잔류 지지가 더 많았던 만큼 브렉시트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수당의 캐럴라인 스펠맨, 노동당의 잭 드로미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은 하원이 '노 딜' 브렉시트를 거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정부에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도록 했다.

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른바 정치적 구속력을 갖게 된다. 향후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플랜 B' 및 수정안은 이른바 브렉시트 향후 계획과 진로에 관한 것으로, 지난 15일 승인투표에서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과는 관련이 없다.

정부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별도 의회 승인투표에서 통과된 뒤에야 이행법률 심의 및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메이 총리는 EU와 재협상을 한 뒤 합의에 이르면 최대한 빨리 승인투표를 다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오는 2월 13일까지 제2 승인투표를 열지 못하면, 이날 성명을 발표한 뒤 다음날 향후 계획과 관련한 결의안을 다시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