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 동화'를 썼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8·이탈리아) 감독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풀럼의 지휘봉을 잡은 지 3개월여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풀럼은 1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라니에리 감독을 해임하고 스콧 파커(39)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샤히드 칸 풀럼 회장은 "라니에리 감독이 오늘 오후 가진 대화에서 변화가 모든 사람의 최대 관심사라는 내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풀럼은 내가 지난해 11월 라니에리 감독을 선임할 때 기대했던 결과물을 내지 못했지만 현 상황에 대해 라니에리 감독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라니에리 감독은 2015-2016시즌 레스터시티를 창단 13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어 일약 '동화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시즌에 앞서 현지 베팅업체들이 레스터시티가 리그 정상을 차지할 확률을 5천분의 1로 봤을 정도로 기적 같은 우승이었다.

하지만 레스터시티는 바로 다음 시즌 부진에 빠지자 2017년 2월 라니에리 감독을 해임했다.

라니에리는 2017-2018시즌 프랑스의 낭트를 지휘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15일 슬라비샤 요카노비치 감독의 후임으로 풀럼 사령탑에 선임돼 1년 9개월 만에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했다. 1승 2무 9패로 리그 20개 팀 중 최하위에 처져 있었던 풀럼은 라니에리 감독에게 또 다른 동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라니에리 감독 부임 이후에도 풀럼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풀럼은 최근 4연패에 빠지는 등 4승 5무 19패(승점 17)로 19위에 머물러 2부리그 강등 위기에 놓여 있다.

강등권 밖인 17위 사우샘프턴(6승 9무 13패·승점 27)과도 승점 차가 10점이나 된다.

라니에리 감독은 결국 풀럼에서 리그 16경기를 치러 3승(3무 10패)밖에 거두지 못한 채 부임 106일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영국 BBC에 따르는 106일은 프리미어리그 감독 재임 기간 순위에서 역대 7번째로 짧은 기간이다.

프리미어리그 최단기간 사령탑의 불명예는 2006년 40일 만에 찰턴 애슬레틱 감독에서 물러난 레스 리드가 갖고 있다.

라니에리 감독은 풀럼 구단을 통해 "나는 최근의 성적에 분명히 실망했고, 내가 약속한 좋은 출발을 하지 못했다"면서 "마지막으로 그동안 지지해준 구단과 선수,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