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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리 야학에서 자발적 재능 기부를 하는 오산시청 공무원 교사가 노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오나리 야학 제공

중·고등 검정고시 필수과목 가르쳐
대부분 60대 이상 '학업의 꿈' 펼쳐
"어르신들 대학 입학땐 희열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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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열정을 가진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입니다."

인구 22만의 오산시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교육도시다. 우수한 학교, 좋은 학원만이 있어서가 아니다.

온 마을이 함께 배우고 그 학습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을 가르치며, 교육의 선순환을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배움터가 있고, 내 이웃 중에 스승이 있다.

이에 곽상욱 시장이 오산시를 '교육도시'라 명했고, 우리도 오산시를 그렇게 부른다.

이런 오산시에는 유명한 야학(夜學)도 있다. 바로 오산시청 공무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오나리 야학'이다. 지난 2006년 문을 열어, 6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특별한 졸업시기나 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하다 중·고등검정을 통과하면 그게 바로 졸업이 된다. 나이 제한은 없지만, 학생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다.

젊은 시절 집안 형편이나 생계 등의 문제로 학업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사람들이, 매일 밤마다 모여 국어·영어·수학 등을 배운다. 교복만 입지 않았을 뿐 영락없는 학생이다.

'오나리 야학'의 교장을 맡고있는 유창현 오산시 전략사업팀장은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매일 밤 과목별 수업을 한다. 외부 지원도 없는 자발적 봉사다"라고 설명했다.

'오나리 야학'은 13년 전 홍휘표 전 오산시 국장(정년퇴직)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는 이웃을 공무원들이 선생님이 돼 가르쳐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후배 공무원들에게 제안했고, 야학의 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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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리 야학'은 검정고시에 필요한 6개 과목을 수업한다. 수학은 김영택 교통과장, 영어 심흥선 환경과장, 국어 최성임 일자리정책과 주무관, 사회 천상준 희망복지과 주무관, 국사 이세영 가족보육과 주무관, 과학 유창현 미래사업과 전략사업 팀장 등이다.

이들은 소중한 자신의 저녁 시간을 아낌없이, 야학 학생들을 위해 내놨다. 소득은 바로 '보람'이다. 영어 한 단어, 수학 공식 하나 알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중·고등 검정을 넘어 대학에 입학할 때만큼 큰 희열은 없다.

지난해 4월에 실시 된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서는 경기도 내 최고령 합격자인 박창례(81·여) 씨를 배출해 내기도 했다.

박씨는 1938년생으로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공부할 기회를 잃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공부를 시작해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몇 차례 도전 끝에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는 꿈을 이뤘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들도 공부를 해야 한다. 공무원들인 야학 교사들은 시간을 쪼개, 공부에 여념이 없다.

"승진 노력을 그렇게 해봐라"는 동료들의 농담도 있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 덕에 수업준비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유창현 팀장은 "오나리 야학이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많은 분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야학을 통해 인생과 세상을 더욱 넓고 크게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산/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