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본격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정치적 공세로 인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사 대상은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해임을 비롯한 특검 수사 방해, 대선 과정의 비위, 사업상 위법 행위 등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총망라한 것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이번 조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탄핵 시도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하원 여러 위원회의 '동시다발' 조사가 이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하원 법사위는 이날 백악관을 비롯한 81개 기관과 단체, 개인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 의혹과 관련한 정보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요청 대상에는 백악관과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등 행정부뿐만 아니라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기업집단), 트럼프 재단 등 트럼프 측 기업과 단체가 대거 포함됐다.

두 아들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대선 캠프 관계자와 전·현직 참모진 등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했거나 비위 의혹에 관여한 인물들이 망라됐다.

2017년 5월 시작해 조만간 결과 발표를 앞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는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공모 의혹을 뼈대로 형사처분 대상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의회 조사는 광범위한 의혹이 대상이며 처벌이 가능한지와 관계없이 두루 사실관계를 파악해 증거를 모은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전날 ABC 인터뷰에서 "특검 조사가 구체적 범죄들에 집중됐다면 의회의 조사는 좀 더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도 "조사는 사법방해, 부패, 권력 남용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이 광범위한 자료 요구로 트럼프 대통령의 부패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이래 가장 멀리까지 간 요구"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에 책임을 묻겠다는 결의를 강조하면서 탄핵 절차를 위한 토대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하원 정보위와 감독개혁위도 공세에 동참했다.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외 금융 이해관계를 살펴보기 위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또 정보위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불러 증언을 듣는다.

감독개혁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5월 백악관 참모들에게 쿠슈너 선임고문에게 기밀정보 취급 권한을 주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이밖에 하원 금융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사업과 대출·자금 세탁 의혹을, 세입위는 납세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공화당 측은 민주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전략에 따라 공세를 펴고 있다며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겹겹의 정치적 악재에 맞닥뜨릴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북한 비핵화 후속 논의 등이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미 지난달 27∼28일 하노이 정상회담 기간에 코언의 청문회 증언이 TV로 중계돼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북한과의 아주 중요한 핵 정상회담과 동시에 공개 청문회를 열어, 유죄를 선고받은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인 코언을 인터뷰함으로써 미국 정치에서 새로운 저점을 찍었다"며 "이것이 (내가) 걸어나온 것에 기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하원이 다수를 차지한 지금, 새로운 조사는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법적·정치적 위기는 어느 곳에서도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또 몇 달 동안 그가 잠재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의혹들의 그늘 아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