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단 제안에 1개월 고민 끝 결심
"기회 기다리지않고 만들어 갈것"
코치진, 원포인트 릴리프로 기대

하준호는 "지난해 마무리 훈련을 앞두고 구단에서 투수 전향을 제안해 왔다. 1달 정도 잠도 못자고 고민했다. 자려고 하면 롯데에서 했던 게 생각났고, 그 때처럼 잘하지 못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한달 고민한 끝에 다시 투수로 마운드에 서기로 결심했다. 투수코치님들이 이끄시는 대로 잘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에 돌아가서도 훈련을 잘 소화해 2019시즌 중 1군 마운드에 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하준호는 프로에 첫발을 내디딜 당시 포지션은 투수였다.
좌투좌타인 하준호는 지난 2008년 신인선수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그는 2009시즌부터 롯데 1군 마운드에 섰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2011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롯데에 복귀한 하준호는 2014시즌 타자로 전향했고 2015시즌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하준호는 KT에서 2015년 80경기(타율 0.258), 2016시즌 94경기(타율 0.219), 2017시즌 101경기(타율 0.224), 2018시즌 15경기(타율 0.136) 등 1군 기회를 꾸준히 잡았지만 타자로서 강한 모습을 심어주지 못했다.
KT에서의 4시즌에 대해 하준호는 "구단에서 많은 기회를 줬는데 못 잡았다. 다 내 잘못이다. 그런 나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줬고, 이를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기회가 주어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투수 전향을 결심하고 난 후 전지훈련지에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도록 웨이트와 캐치볼 등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준호는 "2군 캠프 초반에는 투수 글러브를 끼고 연습을 하러 나가면 나도 모르게 야수조로 향했었다. 예전에 배웠던 것을 잊고 있었다가 다시 배우니 새롭다"고 덧붙였다.
조언을 해주는 선배를 묻자 이상화를 꼽았다.
하준호는 "상화 선배에게 많이 묻고 있다. 팔을 관리하는 방법이나, 운동 방법 등 상화 선배의 경험을 많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하준호의 9년 만의 투수 도전에 2군 캠프에서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정명원 코치와 최영필 코치는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구위는 9년 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 같지 않게 좋다고 평가한다.
최영필 코치는 "투수로서 재능을 갖고 있다. 2번의 연습경기에서 위력적인 공을 선보였다. 직구는 140㎞대 중반을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야수를 하다가 오랜만에 투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투수로서 공을 던지기 위한 근육이 완성돼 있지는 않은 상태"라며 "지금 같은 속도로 잘 적응해 나간다면 1군에 올라가 원포인트 릴리프 이상을 맡아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