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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런던 A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이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한국 팬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토트넘 홋스퍼 재단이 국제여성의 날을 기념해 장애 여아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손흥민을 만나 인터뷰하고 장문의 기사로 소개했다.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 손웅정 씨에게 어린 시절부터 받은 엄격한 훈련 등을 들려주며 가족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표현했다.

손흥민은 "아버지는 언제나 내게 필요한 게 뭔지를 생각하신다.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셨다"며 "아버지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는 손흥민의 축구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손흥민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내가 공을 잡고 있을 때 상대 선수가 넘어져 다치면 공을 내보내고 상대를 먼저 체크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지금도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그라운드 안에서나 밖에서나 똑같이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러한 발언을 전하면서 손흥민의 인성과 성실함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았다.

가디언은 "손흥민이 토트넘 팬이나 다른 팀 팬들을 사로잡는 건 그의 공손한 성격과 에너지, 긍정성과 미소"라며 "자신의 능력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으면서 이렇게 겸손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가디언은 또 "손흥민은 전형적인 축구선수와는 거리가 멀다"며 휴무였던 이날도 구단 행사에 참석했고 심지어 10분 일찍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축구 스타 누구도 하지 않을 일이기 때문에 알릴 만한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축구 선수로서 더 도약하기 위해 결혼도 미루겠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은퇴하기 전까지 결혼해선 안 된다고 하셨고 나도 동의한다"며 "결혼하면 우선순위는 가족이 될 것이다. 내가 최고 수준에서 뛰는 동안엔 축구가 항상 우선순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최고 수준에서 뛸지는 모르지만 33살이나 34살에 은퇴해도 가족과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유럽 무대 많은 감독이 선수들이 결혼해야 더 안정된다고 믿지만 손흥민은 "(결혼 전에) 술 같은 다른 기회가 너무 많아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난 그런 걸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손흥민이 과거 한국 아이돌 민아, 유소영과 사귀었지만 지금은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손흥민이 엄격한 자기관리를 통해 축구선수로서 최고를 추구하는 데에는 팬들에 대한 애정도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모두를 기쁘게 하고 싶다. 내가 웸블리에서 뛰면 얼마나 많은 태극기가 보이는지 아는가? 할 수 있는 한 오래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내겐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이어 "여기서 오후 3시에 경기하면 한국은 한밤중이다. 저녁 8시에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하면 한국은 새벽 5시다. 그런데도 한국 팬들은 일어나 TV를 보신다. 팬들께 보답해야 한다. 책임감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걸음마를 떼자마자 공을 찼다는 손흥민은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 선수가 되는 일은 재능 이상의 것이다. 내 우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그가 가진 재능보다 더 노력한다"며 "재능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을 넘나드는 살인적인 일정으로 지쳐있던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이 부여한 휴식 이후 훨훨 날았다.

손흥민은 "11월 중순 휴식은 내게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그전까지는 너무 많이 이동하느라 상태가 좋지 않았고 머리에 생각도 많았다"며 "이동하는 대신 홈에서 하드 트레이닝 후 휴식하게 한 감독님의 선택은 완벽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좋은 감독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 따라야 한다"며 "포체티노 감독 밑에서 엄청나게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