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소방서 도현승 소방관 '아이디어'
도깨비시장 등 시범운영 거쳐 확대키로
"으디서 그렇게 좋은걸 찾았대요?"
전라도 광주의 한 소방관이 지난 6일 의왕소방서에 전화해 '말하는 노면표지'에 관해 물었다. 의왕소방서가 '말하는 노면표지'를 설치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이날 하루 종일 소방청,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일선 소방서 등에서 관련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말하는 노면표지'는 지난달 말 의왕시 부곡동 도깨비시장과 고천동 공장 밀집지역 3곳에 설치됐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소화전 주변에 늘 불법주차가 돼 있는 곳이다.
말하는 노면표지가 설치된 소화전 근처에 주차를 하면 소방사이렌과 함께 주정차 금지구역임을 알리는 음성이 나온다. 차를 이동시킬 때까지 반복된다.
인근 상인이나 근로자들은 "설치한 후로 불법주차가 확실히 줄었다"며 "덕분에 도로가 넓어져 우리도 다니기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없던 이 소화전 주변 주정차 단속방식은 지난 1월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 중의 해프닝에서 아이디어가 싹텄다. 의왕소방서 재난예방과 예방대책팀원들이 부곡동 한 건물 앞에 주차를 하려는데, 경보기가 울렸다.
건물주가 불법주차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주차를 못하고 차를 이동시키면서 도현승 소방관은 소화전에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팀원들과 함께 국내에서 시판되는 경보기 중 적용이 가능한 제품을 찾았다. 가장 적합해 보이는 것을 찾았으나 배터리를 1주일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해 사실상 상용이 불가능했다. 외국 제품으로 범위를 넓혀서 태양열로 충전되는 제품을 찾았다.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감지센서, 음성 녹음 기능,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태양광 음성알림장치를 해외 직구했다. 가격은 제품 4개에 26달러, 배송기간은 5일이었다.
도 반장은 "소화전 주변 5m 이내 주차 시 과태료 부과대상이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단속하면 민원이 많은데, 말하는 노면표지는 단속보다 계도 효과가 큰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의왕소방서는 시범 운영기간을 거쳐 장치를 보완해 소방차 통행 곤란 지역에도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정훈영 재난예방과장은 "지금은 소화전 보호틀에 설치했는데, 설치가 좀 더 간편한 제품을 만들어 보급하면 보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방용수 주변 불법 주·정차를 해소해 화재 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왕/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