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째 봉사… 지역에선 꽤 유명
출소자 일자리 알선 자립기반 마련
"바삐 지내다보니 중년기 젊게 살아"
의정부지역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김애랑(59)씨는 10여년 전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김씨는 "보통 주부들처럼 일상을 보내다 문뜩 나도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무기력했던 삶에 활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봉사는 2009년 의정부보호관찰소에서 청소년을 상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저마다 불우한 사정으로 잘못된 길로 접어든 현실이 그저 안타까웠다.
상담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고 진심 어린 대화로 아이들을 보듬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학교로 발길을 돌리는 아이들이 하나둘 생겼다.
10여 년 전 가출과 탈선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 있던 한 17세 소년은 김씨의 끈질긴 설득과 보살핌 덕분에 꿈꾸던 대학에 들어가 대학원까지 졸업한 뒤 이제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김씨는 "무엇보다 아직 어린 청소년이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이 많아 마음이 아팠다"며 "나 자신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게 뿌듯했다.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보호관찰소에서 틈만 나면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있는 김씨는 2015년부터 출소자들의 자립을 돕는 일에도 뛰어들었다.
청소년들을 돌보며 출소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냉랭한 시선을 실제로 경험한 것이 봉사활동을 확장한 이유다. 김씨는 "사회적 편견이 오히려 재범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출소자를 돕는 민간조직에 몸담으며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활동에 참여했다. 단기적인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일자리를 알선해 실질적인 자립기반을 마련해줬다. 출소자를 마주하리라고 상상도 못한 중년 주부가 이제는 이들의 자립을 손수 챙기고 있다.
김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말 뜻밖의 일들을 수없이 경험하고 있다"며 "여러 봉사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 늘어가고 하루하루 바삐 살다 보니 중년기 흔히 겪는 심리적 문제없이 오히려 젊게 살고 있다"고 웃었다.
의정부/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