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 지배계층 무덤이 모인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아이 무덤에서 가야 건국설화 그림을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토제방울이 나왔다.
고령군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대동문화재연구원(원장 조영현)은 20일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최근 발굴조사로 찾은 지름이 약 5㎝인 흙으로 만든 방울을 공개했다.
조사단은 문헌으로만 전하는 고대 건국설화를 시각화한 유물이 발견되기는 국내 최초라고 강조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구지봉에서 가야 시조가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경남 김해를 중심지로 삼은 금관가야뿐만 아니라 대가야에서도 전래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자료가 된다.
그러나 그림의 실체를 동물로 볼 수도 있고 그림과 가야 건국설화를 연결 지을 단서가 충분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어 향후 학계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제방울이 나온 무덤은 5세기 후반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소형 석곽묘(돌덧널무덤)다. 길이 165㎝·너비 45㎝·깊이 55㎝이며, 판석으로 벽을 만들고 이중으로 덮개돌을 올렸다. 토제방울 외에도 소형 토기 6점, 쇠낫 1점, 화살촉 3점, 곡옥 1점, 두개골 조각과 치아가 출토됐다. 연구원은 주변에 이 무덤보다 큰 주곽(으뜸덧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덤 주인공 왼쪽 발치에서 발견된 토제방울에는 그림 6개를 새겼다. 방울 일부는 무덤에 묻기 전에 깨졌으며, 안에는 지름이 1.2~1.5㎝인 계란형 구슬이 있다. 선은 가늘고 깊지 않아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렵고, 현미경으로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연구원은 토제방울 그림이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오는 수로왕 건국설화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산동 고분군 탐방로 조성을 위해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5세기 말부터 6세기 초 사이에 만든 소형 석곽묘 10기와 석실묘(돌방무덤) 1기가 나왔다.
이 가운데 6세기 초에 조성한 석실묘는 고령 지역에서 확인한 가장 이른 시기 횡혈식(굴식) 무덤으로, 무덤방 크기가 가로 2.8m·세로 2.1m·깊이 0.7m다.
연구원은 이 무덤에 대해 대가야 무덤 양식이 수혈식(구덩이식)에서 횡구식(앞트기식)을 거쳐 횡혈식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전했다.
/양형종 기자 yang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