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로 회장
최근 인천시장애인테니스협회장으로 취임한 KT노동조합 서부지방본부 문경로 위원장.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지역 테니스발전 이끌어온 '산증인'
회사에 '코트 제공' 설득하며 인연
"모금활동 등 후원 유도 노력할 것"


인천에서 한국 여자테니스의 간판 한나래(인천시청) 등 우수 선수를 다수 배출할 수 있기까지 그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혹자는 인천 테니스 발전의 산증인이라고도 말한다. 그런 그가 이제는 장애인 테니스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인천시장애인테니스협회장으로 취임한 KT노동조합 서부지방본부 문경로(56) 위원장의 이야기다.

"인천 장애인 테니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씩 시작해 나가야죠." 문경로 회장은 "훈련장인 가좌테니스장에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휴게실이 없어 마음에 걸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 토박이인 문 회장은 대건중학교 재학시절 테니스를 시작해 16년간 선수생활을 했다. 1982년 인천시체육회 소속으로 구월중과 대건고에서 순회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9년부터 20년 넘게 인천시테니스협회 전무이사로 활동했다.

특히 이 시기에 문 회장 등 테니스인들의 지원으로 당시 인천전문대 테니스부가 전국체육대회(1998년) 첫 메달을 수확하고, 소년체육대회(1999년)에서 중학교 남녀 동반 메달을 획득하는 결실을 이뤄냈다.

그는 전무이사로 일하며 인천시청 테니스팀과 인천대 테니스부 창단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문 회장은 "직장에서 받은 월급까지 후배 선수들을 위해 쓸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을 때였다"며 "인천 테니스가 나날이 성장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그렇게 발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을 뿌듯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테니스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문 회장은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에 특채로 입사해 일산에서 근무할 당시 한 장애인 테니스 선수를 우연히 만났다. 지난해 '2018 인도네시아 아시아패러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김규성 선수였다.

문 회장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수위실 앞을 기웃거리기에 말을 걸었더니, 회사 테니스 코트에서 '운동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며 "이 인연으로 직장에 협조를 구해 테니스 코트 3개 면을 장애인 선수들이 쓰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가 당시 회사를 설득해 사무실 용도로 마련해 준 컨테이너 박스에서는 이후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도 출범하게 된다. 문 회장은 장애인 테니스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체육훈장 기린장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 회장은 인천, 부천, 안양, 안산, 서울 8개구를 관할하는 KT 서부지방본부의 노조위원장이자 한국노총 인천본부 부의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한국노총 인천본부는 인천시장애인체육회가 꾸린 후원 모임인 '디딤돌' 서포터스에 가입돼 있다고 한다.

문 회장은 "한국노총의 도움으로 남동근로자복지회관에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모금함도 설치했다"며 "후원을 많이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