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을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당사국 사이의 대화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 오전(현지시간) 교황청 파올로6세 홀의 별실에서 반 전 총장을 접견, 약 20분 동안 한반도 정세와 세계 평화, 환경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다시 뵙게 돼 영광"이라며 반가움을 표현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9월 유엔총회 때 유엔본부에서 연설하고, 2015년 6월에 생태 회칙인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해 유엔이 그해 12월 파리기후협정을 채택하는 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환경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환경 문제 해결 없이는 인류가 갈 길이 없다"며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그동안 각별한 관심을 보여준 것에 감사를 표현하면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남북, 북미, 중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는 등 변화가 많았다. 오늘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데 잘 되면 좋겠다. 교황도 북한 주민에게 희망의 복음을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에 대해 "한반도 정세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대화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한반도 평화를 향한 내 확고한 지지 입장을 알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교황은 작년 10월 교황청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문 대통령이 남북한의 통합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지니고 있고, 모든 일에 있어 열성적인 것 같다"며 "대화가 쉽지 않더라도 계속 이어 나가길 바란다"는 덕담을 전했다.

반 전 총장은 또한 최근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 기구의 위원장을 맡았다는 소식도 교황에게 소개하면서 "환경문제가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한데, 교황께서도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이에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는 용서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라는 평소 즐겨 하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환경 문제가 인류의 시급한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한편, 반기문 전 총장과 교황이 대면한 것은 이번이 6번째로 알려졌다.

교황은 반 전 총장의 유엔사무총장 재임 시절인 2015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했고, 반 총장은 같은 해 4월에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따로 만나는 등 두 사람은 그동안 상당한 인연을 쌓아 왔다.

이런 까닭에 교황은 당초 사순절 기간이라 특히 빽빽한 면담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 가장 먼저 반 전 총장에게 시간을 할애해 독대를 허용하는 특별 예우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후문이다.

이날 반 전 총장과 교황의 독대 전후에는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 김숙 전 유엔대사 등이 동행했다.

반 전 총장은 교황과의 면담을 마친 뒤에는 로마 시내에서 세계 평화와 안보를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피터 턱슨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추기경)과 면담을 진행했다. /바티칸시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