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종 임주영 현윤경 이광빈 김용래 특파원 =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를 통해 미국의 기밀문서를 대거 폭로한 뒤 오랜 기간 도피 생활을 해온 줄리언 어산지(47)가 11일(현지시간) 영국 경찰에 체포되자 세계 각국에서 논평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러시아가 영국 경찰의 어산지 체포를 비난하고 나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위 '민주주의'의 손이 자유의 목을 조르고 있다"며 민주주의 선진국을 자처하는 영국이 어산지를 체포했다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그의 모든 권리가 지켜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망명한 전(前) 미국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어산지의 체포를 '언론의 자유에 어두운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스노든은 트위터에서 "에콰도르 대사가 언론인이자 기자상 수상자(어산지)를 대사관 건물에서 몰아내기 위해 영국 비밀경찰을 불러들인 것은 역사 교과서에 실릴 것"이라면서 "어산지 비판자들은 기쁘겠지만 이는 언론자유의 어두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스노든은 2013년 NSA의 전방위 도청 및 사찰 의혹을 폭로해 국제사회에서 '내부 고발자'의 대명사가 된 정보 전문가다.
스노든은 그를 본국으로 송환하려는 미국 정부의 압력에 맞서며 2013년부터 러시아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어산지의 석방을 촉구했다.
만리오 디 스테파노 이탈리아 외무차관은 트위터에 "7년 동안 부당하게 자유를 박탈당한 어산지의 체포는 위키리크스와 같이 투명성과 자유를 촉진하는 세력에 대한 무관용을 충격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세계와 이탈리아가 영국을 지켜보고 있다. 그에게 자유를 주라"고 말했다.
반면에 영국의 외무장관은 어산지가 영웅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제러미 헌트 장관은 트위터에서 "어산지는 영웅이 아니다. 그는 수년간 진실로부터 도피해왔다"면서 어산지가 에콰도르대사관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라기보다 어산지가 에콰도르대사관을 인질로 잡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는 어산지를 컴퓨터해킹을 통한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검찰이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어산지는 기밀 정보 컴퓨터에 암호망을 뚫고 침입하는 과정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미 법무부가 그의 미국 송환을 영국에 요청했다.
현재 어산지에게 적용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고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어산지의 출신국인 호주는 영국서 체포된 그에게 영사 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마리즈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어산지는 호주 정부의 영사 지원을 계속 받게 될 것"이라면서 "곧 우리 영사관들이 그의 면회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이 작년 7월 확인했듯이 어산지는 영국에서 받는 혐의에 대해 적절한 법적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국 여성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어산지를 수배했다가 수사를 중단했던 스웨덴에서는 신중한 반응이 나왔다.
스웨덴 검찰 어산지의 체포에 대해 "우리도 새롭게 접한 소식이어서 현재 상황을 평가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왜 그가 체포됐는지 모른다"고만 짤막하게 말했다.
영국 경찰은 이날 줄리언 어산지를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 안에서 체포했다.
7년간 은신처를 제공해온 에콰도르 측은 어산지와 크고 작은 갈등 끝에 이날 결국 대사관 안으로 영국 경찰관들의 진입을 허용, 어산지는 오랜 도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모스크바·워싱턴·로마·베를린·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