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년간 1200여건 출동 동료도 많이 잃어
딸이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할때 뿌듯

이글거리는 화마(火魔)에 맞서는 강력한 전사 소방대원이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할 얼굴입니다. 인천 남동소방서 김철수(48) 주임입니다.
18년여간 1천200여 건의 화재현장에 출동했습니다.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생각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동안 선후배 동료들도 많이 잃었습니다. 불의 결과는 잿더미입니다.
살아 있는 것이거나 평생을 일군 것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한순간에 날려버립니다. 초토화란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망연자실한 피해자들만 남은 현장에는 늘 슬픔뿐입니다.
소방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판단력과 결기입니다. 큰불인 '대불'이 될지, 작은 불인 '소불'로 끝날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특히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 머뭇거리면 안 됩니다. 그 결기는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 내 목숨을 내놓고 저 사람의 목숨을 건져야 할 순간에 맞닥뜨린다면 망설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나를 던져 남을 살리는 소방관은 그 자체로 언제나 우리의 영웅입니다.
불은 나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지만 났다 하면 빨리 끄는 게 그다음입니다. 이달 초 온 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강원도 산불도 그나마 초동 대처가 잘 되었기에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전국의 소방관들이 강원도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다들 정말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습니다. 불을 끄는 데 망설임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자칫하다가는 걷잡을 수가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강원도 산불 진압 이후 많은 국민들이 소방관의 대우를 걱정해줍니다만 그게 지나쳐 불쌍한 존재로 여긴다면 오히려 사기를 꺾는 겁니다. 영웅을 불쌍한 존재로 보아서야 되겠습니까.
김철수 주임은 하나뿐인 딸이 "소방관인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합니다. 이제 우리도 소방관을 자랑스럽게 여기자고요.
글/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인천의 얼굴'을 찾습니다. (032)861-3200이메일 :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