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2군 생활 '재충전 시간'
타율 '팀내 2위' 출루·도루 활약도
서른여덟 나이, 철저한 몸관리 다짐
"김택형·정영일·고종욱 등 기대"
김강민은 지난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와의 홈 경기에서 올 시즌 첫 홈런을 터뜨렸다.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김강민은 0-0으로 맞선 1회말 첫 타석에서 KIA 선발 김기훈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김강민은 "시즌 초반인데 시작이 괜찮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SK는 올 시즌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 타율(0.231)이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SK는 '홈런 군단'이란 수식어가 어색하리만큼 주축 거포들의 방망이도 좀처럼 달궈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강민은 타율 0.311로 정의윤(0.328)에 이어 팀내 두 번째다. 득점권 타율(0.313)과 출루율(0.378) 등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도루 성공률 100%(4개)로 뛰기도 잘 뛴다.
김강민은 "예전에는 주전 선수로 한 시즌을 모두 치른다는 각오로 경기를 치렀다면 지금은 한 달, 보름, 한 경기로 짧게 잘라서 준비하고 있다"며 "하루하루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부담은 줄고 집중력은 높아진 것 같다. 결과가 잘 나오다 보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강민은 지난해 시즌 부침이 심했다. 시즌 초반 2군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낼 때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단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들어선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리드 오프' 노수광의 공백을 단단히 메우고 공수에서 '키플레이어'로 맹활약하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김강민은 "2군에서 생활할 당시는 힘든 시간이었는데, 지나고 나니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운동, 타격, 신체 컨디션 등 전체적으로 돌이켜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염경엽 감독은 개막 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 시즌 기대되는 선수로 '김강민'을 콕 찍었다. 염 감독은 당시 "김강민과 나주환을 시즌 초반부터 중용하겠다"며 "고참 선수로서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김강민은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작년에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었고, 올해도 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로 어느덧 서른여덟이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여느 선수들 같으면 은퇴도 바라볼 나이가 된 것이다.
김강민은 이에 대해 "타격에서 내가 발전 없이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수비에서도 내가 가진 것들이 후배들에게 뒤처진다면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 기준은 수비이다. 그래서 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김강민이 눈여겨보는 팀 후배들이 누군지 궁금했다.
그는 "투수 중에는 (김)택형, (정)영일이다"며 "택형이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으로 잘 던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 무서운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또 "영일이는 앞으로 5년간 홀드 부문에서는 독보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구질도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고 완성형의 투수라 더욱 기대된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기대된다"고 정영일을 치켜세웠다.
김강민은 이어 타자로는 올 시즌 팀에 합류한 고종욱과 간판타자 최정의 동생 최항을 꼽았다.
그는 "종욱이가 SK로 오게 돼 가까이서 처음으로 봤는데, 정말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다"며 "공격 부문에서 특히 기대된다. 가지고 있는 파워도 뛰어나고, 재원이와 함께 우리 팀에서 고타율을 낼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강민은 13일 좌익수로 나선 고종욱이 잡기 어려운 파울 타구를 끝까지 달려가 낚아채자 한동안 박수를 쳐주며 격려해주기도 했다.
올 시즌 최항을 관심 있게 지켜본다는 그는 "올해 수비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수비에서 안정감이 생기니 타격 또한 더욱 잘할 것이라 기대된다"고 했다.
'짐승'이란 별명을 가진 김강민에게 만족하냐고 가벼운 질문을 던지자, "노코멘트"라는 답이 돌아왔다.
끝으로 염 감독 등 구단에 바라는 점이 있으면 속 시원하게 한마디 해 달라는 말에 김강민은 "이건 생각나면 나중에 말하겠다. 잘 부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