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지역으로 옮겨 살아온 '한인 3세'
2004년 남편과 이주…연수구에 6천명 살아
2004년 우즈베키스탄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왔습니다. 꼭 1년 전인 작년 5월 연수동 함박마을에 '아써르티'란 이름의 빵집을 차렸습니다.
'아써르티'는 러시아어로 '종류별로 다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름대로 빵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식료품도 팝니다. 빵을 주식으로 해서 그런지 종류만 10가지가 넘습니다.
가게를 하기 전 집에서 만든 것을 나누어 먹은 주위 사람들이 '고향의 맛'이라면서 빵집을 권유했습니다. 장사가 잘 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30% 정도를 차지합니다.
옛 소련지역에 이주해 살던 한인과 그 후손을 고려인이라고 하지요. 고려인은 3세까지 동포로 인정받아 재외동포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이주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고려인 7만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중 연수구에만 약 6천명이 살고 있지요. 이가인씨의 원래 이름은 '제버 사비로사'입니다.
한국식 이름을 쓰는 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아 이주하면서 바꾸었습니다. 이주 이듬해 한국에서 태어난 딸은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이가인 씨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한반도 동북쪽인 러시아 연해주에 살았었는데 1930년대 스탈린 정권의 이주정책으로 정반대쪽인 우즈베키스탄 호라즘 지역으로 강제로 옮겨야 했습니다.
이가인 씨의 어머니는 6남매 중 넷째였는데 우즈베키스탄인과 결혼했습니다.
어머니 형제들은 한국말로 대화를 했습니다. 또한 외할머니는 끝까지 온돌방을 고집했습니다. 어머니가 한국말을 쓰고, 외할머니가 한국식을 잊지 않으셨던 것처럼 이가인씨는 한국에서 계속 살 생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러시아로 이주한 한인들은 고려인이라 하고, 중국으로 넘어간 사람들은 조선족이라고 할까요. 이가인씨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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