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필리핀 모친마저 떠나 더 각별해
연수원로모임 어버이날 효부상 희소식
그만큼 둘 사이는 불편한 관계란 얘기일 겁니다. 왼쪽 이순덕(81) 할머니와 오른쪽 이소혜(33)씨는 정말이지 친정엄마와 딸 같은 고부간(姑婦間)입니다.
이소혜씨는 2008년 필리핀에서 온 결혼 이주여성입니다. 원래 이름은 알디자(Aldiza)였는데 2015년 귀화하면서 시어머니 성을 따라서 이씨로 정했습니다. 결혼 2년 만에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큰딸이 7개월이었고, 막내아들이 뱃속에 있을 때였습니다. 누구 하나 아는 사람 없이 왔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죠. 고향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신 게 시어머니였습니다. 시어머니에게도 남편은 하나뿐인 아들이었지요. 말 그대로 동병상련이었습니다. 딸이 되기로 했습니다.
소혜씨는 시어머니를 엄마라 부르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알디자라고 필리핀 이름을 불러줍니다.
필리핀 친정에는 1년에 한 차례씩은 다녀왔는데 몇 년 전부터 시어머니의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가지 못합니다. 시어머니 혼자서는 산책을 나가기조차 쉽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친정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꾹 참고 SNS로 달랩니다. 2년 전에는 필리핀에 계신 친정엄마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 뒤로는 더욱 시어머니가 친정엄마 같습니다. 엄마와 딸도 자주 다투듯이 이 둘 사이에도 말다툼이 있습니다. 음식 간을 맞추는 것이 싸움이 되고는 합니다.
필리핀에서 먹듯이 간을 하면 시어머니는 짜다고 타박을 하거든요. 여덟 살, 일곱 살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었으면 좋겠는데 시어머니는 일찍 자라고 성화지요.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우다가도 한나절이면 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수다를 떱니다.
효부(孝婦)라는 말이 오히려 불편해진 요즘 세상입니다.
이 딸 같은 며느리에게 인천연수원로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올해 어버이날에 맞추어 효부상을 준다고 합니다. 인천에 사는 외국인이 10만4천여명인데, 결혼해 이민을 오거나 귀화한 사람은 2만1천여명입니다.
글/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인천의 얼굴'을 찾습니다. (032)861-3200이메일 :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