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끝낼 마지막 협상으로 기대됐던 9∼10일 워싱턴 고위급 협상이 무위에 그치면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미·중 양국은 한달가량 추가 협상 기간을 확보했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규모 고율 관세부과를 카드로 압박을 계속하고 중국은 핵심 이슈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어 타결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일(미 동부시간) 협상 종료 이후 미국과 중국 모두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은 아니라면서 향후 협상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자신의 관계는 "여전히 대단히 굳건하다"며 "대화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중국 협상단을 이끈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도 중국 취재진에게 "협상은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며 베이징에서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상세한 협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으나 한 달 이내로 추가 고위급 협상을 이어가면서 협상 타결을 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협상이 열리는 도중에 2천억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한 미국은 향후 나머지 3천억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시점을 한 달 정도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관리들이 류 부총리에게 3∼4주 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관세를 확대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미국의 2천억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도 10일 이후 중국에서 출발하는 제품에 적용되므로 실제 관세 징수까지 3∼4주 시차가 생긴다는 점에서도 양측이 그만큼 시간을 번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양국이 무역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실제 극적인 협상 타결 전망은 밝지 않다.

양측 견해차가 근본적인 문제에 있는 만큼 좁히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은 미·중의 이견은 ▲ 추가 관세 철폐 ▲ 교역 구매에 대한 차이 ▲ 무역 합의에 균형 잡힌 문구 등 3가지라고 전했다.

류 부총리도 취재진에 양국의 견해차가 중대한 원칙 문제로 "절대로 양보할 수는 없다"며 "중국은 평등과 존엄성이 있는 협력적 합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 주요 언론들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해 양국의 결정적인 갈등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법률개정 요구라고 전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한' 통상·산업 관행을 개선하려면 중국이 법률을 고쳐야 하며 이를 무역 합의에 명문화하기를 요구하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민일보는 "(합의)문구는 균형 있고 중국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용어로 표현돼야 하며 국가 주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양보 불가를 강조하고 있으나 미국도 고율 관세를 카드로 압박을 계속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고 트윗을 올렸으며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려 "대통령이 약 3천억달러 규모의 남아있는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는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양국이 대화하면서 싸우는 것(fighting while talking)이 협상의 '뉴노멀'이 될 것 같다면서 중국은 인내심을 가지고 모든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썼다.

미·중 모두 양국 간 경쟁 관계뿐 아니라 복잡한 국내 정세와 여론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에서 전망은 안갯속에 빠져 있다.

양국 모두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으나 여전히 글로벌 경기는 불안하며 트럼프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활동한 일라이 래트너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국장은 블룸버그에 "문제는 중국이 돌아와 트럼프 대통령이 (사람들을) 납득시킬 만한 제안을 내놓을 수 있는가"라며 "그러기 어려울 것이고 앞으로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