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국빈 군포소방서장
군포 강남제비스코 공장 화재 진압의 선봉에 섰던 임국빈 군포소방서장이 공장 주변 위성사진을 통해 진압 과정을 소개하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지뢰밭' 같은 현장… 아찔한 상황
올해초 방문점검 '신속 대처' 가능
고생한 동료들·지원기관에 '감사'


"천만다행이죠. 우리 대원들 덕분입니다."

임국빈 군포소방서장은 최근 발생한 강남제비스코 공장 화재(5월 2일자 7면 보도)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해당 공장은 위험물이 다량 보관돼있어 특히나 화재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 곳이었다.

임 서장은 "처음 보고를 받은 순간 눈앞이 캄캄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겠다 싶었다"며 "화재 발생지점으로부터 불과 5~6m 거리에 위험물 탱크 수십여개가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현장 도착 즉시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임 서장은 즉각 최고 수위의 대응단계를 발령하고 현장 지휘에 나섰다.

언제 폭발로 이어질지 모르는 사실상 지뢰밭이나 다름없는 현장에서 임 서장은 직원들과 함께 화염과 사투를 벌이며 불길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발빠른 지원 요청으로 인근의 소방력이 한데 집중돼 진압에 속도가 붙었고, 공장 주위를 에워싼 다각도의 진압작전을 통해 거센 불길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초기 진압 덕분에 우려했던 추가 피해 발생 없이 상황은 마무리됐다.

임 서장은 앞서 올해 초 공장을 방문해 제조 공정을 둘러보고 위험물 저장소를 점검하며 직접 안전컨설팅을 실시한 바 있다.

대형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장 관계자들에게 거듭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공장 내부 지도와 위성 사진 등을 사전에 확보하며 가상의 대응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번 화재 진압 과정에서 신속한 대처가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87년 소방에 입문해 30년 넘게 각종 재난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임 서장에게 이번 화재는 특히나 남달랐다.

그는 "발화지점 주위로 온통 위험물 탱크들이 있었고, 실제 탱크에 불이 옮겨붙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게 터졌다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을지 모른다"며 "이런 상황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진압에 나선 우리 대원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임 서장은 화재 발생 다음날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 수박을 돌리며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화재 현장을 다시 찾아 재차 점검에 나섰다. 그는 "이번 진압에 큰 도움을 준 지원대와 유관기관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더욱 경각심을 갖고 사고에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