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우려를 극복하고 늘 대성황이라는 반전을 안기는 이가 있다. 바로 연출가 임수택의 이야기다.
국내에 처음으로 '거리예술' 장르를 도입한 임 감독은 지난 2003~2014년 12년간 '과천한마당축제' 예술감독을 지내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연출가로 이름을 알렸다.
축제 연출을 처음 맡았을 당시 유럽을 방문했던 그는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를 마당극으로 이뤄지던 '과천한마당축제'에 도입해 장르를 거리극으로 확장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성공적인 축제를 만들었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타지에서도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고, 반응이 좋자 안산·고양·서울 등지에 거리예술을 표방하는 축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무대를 옮긴 이유는?
수원화성도 좋지만 너무 넓어 적절치 않아
'경기상상캠퍼스' 아늑하면서 다양한 공간
#수준 높은 콘텐츠가 많다고 했는데
'생기있는 축제' 만들기 위해 꼬박 1년 고심
공간과 작품의 조화·완성도 등 고려해 선별
지난해부터는 수원연극축제 총감독을 맡게 된 그는 다시 한 번 '거리예술'의 마법을 시도했다.
사실 기존 수원화성에서 펼쳐지던 행사는 정체성을 찾지 못해 한때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장소와 장르 변경은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도 도심을 떠난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장르를 전진 배치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대 반전을 이끌어낸 것이다.
축제에는 지난 2017년보다 3~4배 많은 이들이 찾았고, 풍성한 볼거리에 관람객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는 "수원연극축제의 이전 무대는 수원화성 행궁광장이었다.
수원의 상징적인 공간인 수원화성은 좋은 무대이긴 하지만, 너무 넓어서 공연예술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며 "반면 경기상상캠퍼스는 아늑하면서도 다양한 공간이 있어 프로그램을 짜기 수월했다"고 전했다.
임 감독은 올해도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에 선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화려함을 끌고 와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화려한 축제의 장을 만든다.
지난해에 이어 이곳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축제는 겉은 화려하고 속은 꽉 찬 콘텐츠들로 관람객을 맞는다.
거리에서 펼쳐지는 예술 공연이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임 감독은 식상한 반복이 아닌 생기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지난 1년을 꼬박 내달렸다.
딱 일주일 전 경기상상캠퍼스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공간과 콘텐츠를 소개하는 그의 모습은 지난밤 꿈을 설명하는 아이처럼 생기가 넘쳤다.
그는 "지난해 축제는 선임되고 시간이 많지 않아 공연팀을 섭외하는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 축제는 지난해 축제가 끝난 시점부터 꾸준히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콘텐츠 면에서는 지난 축제보다 더 풍성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에는 국내 신작 공연과 이동형 공연을 늘렸다"면서 "행사장을 방문하면 절대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임 감독의 말처럼 공연 안에 콘텐츠들은 수준이 꽤 높은 편이다. 거리예술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공간'과 작품의 조화뿐만 아니라 배우의 연기, 무대 연출 등 높은 기술적 완성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회적 이슈 반영,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전통의 현대화 등을 고루 갖춤 작품을 선별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간에 맞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였다.
경기상상캠퍼스는 아늑한 공간이다. 여기에 맞는 콘텐츠를 선별했고, 마치 공간을 위한 작품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짰다"며 "또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품 속 예술행위를 통해 관람객에게 일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콘텐츠는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일하면서 어렵거나 아쉬웠던 점은?
외국은 한 예술감독이 20~25년 연출 맡기도
韓, 예산으로 운영하다보니 너무 빨리 바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극장에서 보는 일반적인 연극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비관습적' 작품 선보이고 싶어
좋은 축제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지만, 가끔 외로운 시간도 찾아온다.
특히 적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지자체 축제를 오랜 시간 꾸려왔기에 어려운 점도 분명 있었다.
그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축제 운영이 가능하다는 시선과 장기적으로 축제를 바라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임 감독은 "외국의 경우에는 축제 예술감독의 임기가 보통 5년 정도 되는데, 별다른 문제 없으면 계속 연임을 시킨다. 그러다 보면 한 감독이 축제 연출을 20~25년 맡기도 한다. 축제가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다. 뭐든 짧은 시간에 바꾼다. 그래서 축제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또, 예산으로 운영하다 보니 무조건 빠른 성과를 보려고 한다. 정착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이 가장 아쉽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3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새로운 일이 많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지금까지는 거리 예술에 집중을 해왔는데, 비관습적 연극을 선보이고 싶어요. 관습적 연극은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일반적인 연극이라고 보면 되죠. 비관습적의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관습적인 것을 탈피하고 실험정신을 발휘하는 연극을 말한다"면서 "국내에서는 '다원예술'이라는 말로 비관습적 연극을 선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실험적인 작품을 관객에게 많이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글/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 1956년 전라남도 광주 출생
▲ 1975년 경복고등학교 졸업
▲ 1983년 2월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교육과 졸업
▲ 1999~2004 소극장 일과핵 극장장
▲ 2003~2015 과천한마당축제 예술감독
▲ 2011~2014 한국거리예술협회 대표
▲ 2015~2016 서울문화의 밤 총감독
▲ 2016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
▲ 2017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총감독
▲ 2018~ 수원연극축제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