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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1]조윤경
조윤경·학부모
엄마의 손톱 밑으로 까맣게 물든 봄이 내게 머물고 있다.

"엄마! 오늘 날씨도 좋은데 바람 좀 쐬러 갈까?"

집에서 5분 거리의 원룸단지에 시골에서 작은 식당을 하시던 친정엄마를 모셔다 놓은지 4개월. 시골집에선 마당에 꽃도 심고 나무도 키우며 혼자 적적하지만 나름 자연인처럼 사셨었는데… 집안형편이 어려워 지면서 7평짜리 작은 원룸에서 하루종일 갇혀 계시니,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쓰여 나는 우울증이 올 정도였다.

내가 이런데 엄마야 오죽 하실까 싶어 전화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는게 눈에 보인다. 주섬주섬 간식거리를 챙겨넣고 엄마를 모시러 갔다.

"아휴, 집에서 쉬지, 뭐하러 왔어? 엄마 안가도 돼." 웃으며 말하신다.

아라뱃길을 따라 벚꽃 십리길이 환하게 맞아준다. 엄마가 웃으신다. 정서진 물류센터 옆을 지날때 노오란 개나리가 바람에 흔들린다. 엄마가 웃으신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 이렇게 엄마가 좋아해줄줄은 몰랐는데, 진즉에 나올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퉁불퉁한 산업도로를 지나 강화 약암마을에 왔을 때였다. 창밖을 보던 엄마가 다급히 소리쳤다.

"아이고 윤경아! 여기, 여기 좀 세워 봐봐!" 무슨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얼른 차를 길 한켠에 댔다.

"왜 엄마? 화장실 가고 싶어?" "아이고 윤경아, 여기 민들레랑 쑥이 천지여…너 당뇨에 요 민들레 뿌리랑 잎이랑 생으로 먹으면 그렇게 좋대잖여, 여거 김서방 좋아하는 쑥도 웜청 많네이…" 골반이며 어깨며 무릎이며, 그동안 장사하느라 성한 곳 하나 없으면서, 또 밤새 끙끙 앓을 거면서, 기어이 검정 비닐 봉지 한가득 민들레랑 쑥을 뜯어 놓으신다.

호미나 칼도 안가져 갔는데 맨 손으로 흙을 파고 나물을 뜯으니 금새 손가락이 새카맣게 변해 버렸다.

"엄마 고만해요, 손 다 갈라지것네…무릎 괜찮어? 고만! 고만!" 옆에서 재촉하니 그제서야 다리를 펴고 일어나시는 엄마. "요거, 꼭 잘 씻쳐서 먹어야 한다. 알았지? 요쿠르트 넣고 갈면 꿀떡 꿀떡 잘 넘어 가니께, 버리지 말고 꼭 먹어야혀."

엄마의 손톱 밑으로 까맣게 물든 봄이 지금도 내게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