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글을 쓰는 일은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과 연결됩니다.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에 응모된 작품을 보며 유년 시절 글쓰기 대회에 처음 나가 한 편의 글을 완성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주제를 알게 되었을 때는 막막했지만, 그 막막함은 글을 써 나가는 과정에서 '나'의 생활, '나'의 체험을 돌아보는 즐거움으로 변해갔습니다.
물론 그 즐거움은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만큼 즉각적인 쾌락을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자기만의 글을 바라보며 느끼게 되는 뿌듯함, 그 글이 자기 안에 잠재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희열은 또 다른 글을 써나가는 원동력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에 응모된 글들을 읽으면서도 인천 어린이들이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느낀 즐거움과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체험과 느낌을 자기만의 방식을 통해 표현한 글들을 읽으며 미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신수안(구산초 4학년) 어린이의 시에서는 봄바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마음에는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물들을 뛰어놀게 하고 싶은 생명력이 들어 있지만, 대머리 아저씨의 모자를 벗기게 되는 순간과 대면해야 되는 난처함도 담겨 있습니다.
이 시의 매력은 그 난처함을 봄바람이 가져다주는 웃음과 적절하게 결합시킨 데에서 생겨납니다. 박주하(인천 하늘초 2학년) 어린이의 시에서는 봄을 표현하는 다양한 비유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봄을 상징하는 개나리꽃, 벚꽃, 진달래를 달콤한 바나나, 거품목욕, 핑크색 줄넘기와 연결시키는 상상력이 흥미로웠습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봄에 대한 상징들을 자기 주변의 사물들과 결합시켜 새롭게 표현했다는 점에 이 시의 강점이 있습니다.
이지산(길상초 5학년) 어린이의 시에는 할머니 댁에 놀러갔던 체험이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 시는 할머니 댁 마당에 있는 백구, 할머니 댁 뒤뜰 바위틈에 있는 꽃들을 형상화하며 '봄'이라는 일반적 소재를 '봄의 할머니 댁'이라는 자기만의 주제로 전환시킵니다.
무엇보다 이 글의 뛰어난 점은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포근한 미소를 진솔하게 표현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 표현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이지산 어린이는 할머니와 자기가 만들었던 여러 체험들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시는 그 돌아봄의 과정이 잘 드러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이번 대회 응모작 가운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김태윤(단봉초 3학년) 어린이의 산문이었습니다.
이 글의 매력은 선생님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점, 그 느낌을 받게 된 선생님과의 일화를 구체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선생님의 머리카락을 '꼬불꼬불 덩굴식물'과 연결시킨 표현, 선생님이 자기의 마음에 심어준 자신감을 '금빛 날개'에 비유한 표현도 참신하고 인상적입니다.
이 산문을 쓴 어린이는 이미 글쓰기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 산문이 주되게 그리고 있는 선생님은 이 어린이의 일기를 읽고 칭찬해주며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김태윤 어린이의 산문은 자기를 변화할 수 있게 도와준 선생님께 드리는, 봄꽃 같은 헌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가 만들고 싶었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김태윤 어린이의 산문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될 것입니다.
그 웃음이 글쓰기가 가져다주는 자기 변화의 힘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강용훈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제17회 푸른인천글쓰기대회 심사평]진솔한 표현에 비유도 참신, 읽는내내 '미소가 절로'
입력 2019-05-23 20:55
수정 2019-05-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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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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