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가난 떠올리며 '주변 보살펴'
맹인견·국내 첫 보청견 15년째 돌봐
市인재육성재단에 1천만원 장학금도
"기부도 선순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안양에서 25년째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조은제(61) 원장은 10년 넘게 남들 모르게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나눠주고, 장애인을 돌보는 맹인견과 보청견을 무료로 진료해왔다.
같이 일하는 직원도 몰랐지만 그는 봉사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조 원장은 7남매 중 셋째로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교에서 어려운 친구들 돕기 위해 편지 봉투 등에 쌀을 가져오라 할 때 가져가 본 적 없지만, 단골로 친구들이 모아온 쌀을 짊어지고 집으로 와야 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녹록지 않았다.
부모님이 과일 노점으로 7남매를 먹여살리기에는 벅찼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아 외부장학금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안양에서 동물병원을 내고도 마찬가지였지만 2000년대 초 병원이 자리 잡으면서 조 원장은 자신의 어릴 적을 떠올려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조 원장은 "처음에는 설과 추석에 100만원 수준에서 쌀을 기부했지만 지금은 5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났다"며 "직업이 수의사다 보니 장애인을 돌보는 맹인견 등은 무료로 치료하고, 국내 1호 보청견의 경우 15년 넘게 무료진료했다"고 소개했다.
그가 숨기려 했던 선행은 끝내 가려지지 않았다. 2014년 안양시로부터 공로 표창을 받은 뒤부터는 아예 자신의 선행을 숨기지 않는다.
병원에도 '수익금의 10%는 기부합니다' 등의 문구를 붙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조 원장은 "처음엔 선행을 모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용기 내 기부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문구를 보고 일부 수의사들이 기부에 동참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며 "더 많은 사람이 (기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 원장은 지난 21일, 안양시인재육성재단에 1천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그는 "장학금은 병원을 하는 한 매년 낼 생각"이라며 "병원 수익의 10%를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여력이 된다면 조금씩 늘려갈 생각"이라며 웃었다.
안양/이석철·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