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과 상업의 균형에 사회비판 담은 봉준호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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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이 배우 송강호와 함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봉준호(50)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진출 다섯번 만에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봉준호 영화는 예술성과 대중성(흥행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매 작품 개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담아내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얻었다.

특히 그는 섬세한 연출로 '봉테일'이라 불린다. 대사나 세트는 물론 소품, 배우들의 손동작 하나에도 나름의 의미를 담기 때문이다. 정작 그는 그 별명을 싫어한다고 한다.

대구 출신인 봉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16㎜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이 1994년 밴쿠버와 홍콩영화제에 초청되며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2000년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 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차지하며 한국영화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는 '살인의 추억'(2003)부터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들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고, 당시 전국 525만명을 동원했다. 한국영화계에 '웰메이드 영화'라는 단어가 통용된 것도 이 영화가 나오고부터다.

2006년 선보인 '괴물'은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을 뿐만 아니라 한국형 블록버스터 탄생의 신호탄이었다.

평범한 시민과 그 가족이 한강에 출몰한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으로, 영화는 괴물 그 자체보다는 그에 맞서 싸우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봉 감독은 '괴물'(2006)로 블록버스터에 도전한 뒤 '마더'(2009)에서는 조금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더'는 잔혹한 살인마를 찾아 나서는 노년의 주인공을 내세운 심리스릴러로, 인간의 광기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2013)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활동 무대를 넓혔다. 이 영화는 2031년 빙하로 뒤덮인 지구를 배경으로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 탄 최후의 인류 모습을 그린다. 거기엔 백인, 흑인, 아시아인이 뒤섞였고 계급에 따라 머리 칸부터 꼬리 칸까지 엄격하게 구분됐다.

이 질서를 깨려는 이들과 유지하려는 이들의 극렬한 싸움이 영화의 큰 줄기다. 영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습하지만, 봉 감독 특유의 적절한 유머와 휴머니즘, 긴장감, 액션 그리고 환경과 계급 문제 등을 잘 녹여내 호평을 받았다.

봉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7)로 플랫폼 적인 확장을 시도했다. 슈퍼돼지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을 다룬 이 영화 역시 동물과 생명, 자본주의에 대한 봉 감독의 비판의식이 담겼다.

그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등장시켜 보편적인 현상인 빈부격차를 다룬다. 이 주제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그의 영화 장르가 범죄·미스터리('살인의 추억')부터 괴수 블록버스터('괴물')부터 스릴러('마더')를 넘나드는 까닭에 해외에서 봉준호는 장르 감독으로 통한다. 동시에 그가 연출하는 영화들은 장르를 한가지로 정의하기 어렵기도 하다.

봉 감독은 이에 대해 "제 영화에 장르가 뒤바뀌기도 하고 섞여 있기도 한데, 미리 설계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시나리오 쓸 때나 촬영할 때 장르를 배합한다는 것을 의식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칸[프랑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