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늘면 마음 한 편 '무거워'
급한 도움손길에 간판 달 돈 '선뜻'
소속단체 '나눔 바자회' 속속 동참
"솔직히 요즘 같아선 기부하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경기가 어려워 몇년째 직원을 줄여나가고 있는데 기부활동은 줄이지 못하겠고. 제 개인 돈으로 기부한다지만 회사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여러모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것이란 희망으로 버텨봅니다."
경기 광주의 '아너소사이어티(개인고액기부자 모임)' 1호 회원인 최유리(43) (주)유리스컴퍼니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 2014년, 그는 30대에 광주 최초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5년 넘도록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팍팍해지며 경기에 민감한 생활주방용품 제조 및 유통업을 하는 최씨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소외계층은 늘어나고 있고, 그렇다 보니 그의 마음 한편은 늘 무겁기만 하다. 20년 가까이 사업하며 어려운 적도 많았지만 요즘처럼 맘 고생하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한다.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할 당시에도 상황이 넉넉지 않았어요. 하지만 힘들 때 산을 오르며 마음속으로 늘 해왔던 '진정 신이 계시다면 이번 어려움을 이겨내게 해주시고, 저도 좋은 일 많이 하며 보답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지키고자 애써왔는데 쉽지가 않네요."
올 초엔 급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단체의 사연을 듣고 매장 간판 달 돈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말 '쉬즈리빙'이라는 생활주방용품 매장을 냈어요. 간판을 달아야 하는데 가슴 아픈 사연을 들은 거죠. 간판은 다음에 달수 있지만 긴박한 소외계층은 때가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최근 그가 속한 단체들도 나눔에 속속 동참하기 시작했다.
다음 달 13~16일 광주 퇴촌토마토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광주시 저소득층 이웃지원을 위한 '사랑의 열매 나눔 바자회'에 십시일반 뜻을 모은 것이다.
광주하남CEO연합회, 광주시차세대경영인협회, 광주시여성기업인협회, W아너 여성고액기부자모임 등이 발 벗고 나섰다.
"다들 마음은 있었지만 구체적 길을 몰랐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혼자가 아닌 여럿이 힘을 모으면 큰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누군가는 그에게 '회사도 어려운데 기부는 무슨 기부냐'는 냉소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언젠간 나아질 것이고, 이 시기를 이겨내면 다 같이 한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