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官 주도·강습 중심 기존 자치委
시민들 관심 저하 운영도 '혼란'
공공서비스 구상·수행 '자치회'
이르면 내년 '市 전역 전환' 시작

주민 강습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의 권한을 한층 강화한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작업에 한창이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정책추진 절차인 '시민원탁회의'를 처음으로 시작한다.
지난해 시민들의 관심과 열의를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주민협치담당관' 조직을 신설, 조례 제정 등 제도를 정비해온 정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 아예 주민자치 관련 사업·단체 등을 총괄하는 주민자치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틀을 속속 갖춰 가고 있다.
# 행정 주도 주민자치는 그만… 주민이 최고 원하는 것부터
주민자치는 자치분권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자치분권은 행정권력을 지방과 나눈다는 것이고, 주민자치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기 마을과 지역의 일을 결정하고 정체성을 만들어간다는 개념이다.
바로 이 자치분권과 주민자치를 합친 게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라고 볼 수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먼저 실행할 수 있는 이른바 김포형 주민자치가 정착함에 있어 중요한 두 개의 축이 주민자치회 전환과 시민원탁회의다.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나, 김포시 관내 13개 읍면동에 설치된 주민자치위원회는 강습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돼왔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기존 주민자치위의 가장 큰 맹점은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치위원들조차 주민자치를 위해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주민자치위가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로 위원회 구성과 활동을 행정이 주도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읍면동장이 공고를 내 자치위원을 뽑는 방식으로는 필연적으로 행정기관의 의중을 잘 따르거나 행정기관과 친분이 있는 인사로 위원회가 구성돼 주민자치 개념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찍부터 서울시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주민자치를 시도해왔다. 동마다 100명 이상의 '마을계획단'을 구성해 각자의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1년에 걸쳐 연구·회의하고, 이들이 도출한 내용을 놓고 동주민총회를 열어 투표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서울시 차원의 사업, 구청 차원의 사업, 주민 차원의 사업을 정리하고 주민들은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을 6개월간 진행하는데, 행정은 이때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한다.
김포형 주민자치회(마을공동체)의 핵심도 이처럼 주민이 직접 구상하고 주도하는 공공서비스사업의 실현이다. 몇 배수로 신청자를 받아 다양한 계층을 공정하게 선발하고,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읍면동 주민세를 다시 돌려주고 주민참여예산 중 일정 부분을 떼어내 균등 배분하면 읍면동별 수천만원에서 1억여원 수준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김포시 전역의 주민자치회 전환은 빠르면 내년 중, 늦어도 오는 2021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철 김포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주민들이 바라보는 주민자치위원회는 프로그램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주민자치조직이 해야 할 일이 그게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마을에 필요한 것들도 그동안 모든 결정을 관에서 내렸으나 이제 진짜 주민들이 해보자는 게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8월 이전 원탁회의 정례화
공청회와 다른 '숙의 민주주의 場'
같은발언시간·투표 평등한 소통
의견 달라도 "토론결과 전적 수용"
# 반상회·공청회와는 다른 원탁회의, 다양한 형태로 응용
정하영 김포시장이 500인 시민원탁회의를 매년 개최한다고 했을 때 일부에서는 과도한 직접민주주의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원탁회의의 개념과 절차, 특히 김포시가 추진 중인 회의시스템을 이해하면 이 제도가 급변하는 김포에 왜 필요한지 수긍하게 된다.
시민원탁회의는 하향식 반상회나 형식적인 공청회와 비교 불가능한 숙의(토론)민주주의 플랫폼이다.
커다란 정책을 결정할 때 실질적으로 주민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효과를 극대화한 소통창구다.
여기서 500인은 상징적인 숫자다. 인원이 얼마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고 남녀노소 다채로운 직업에 몸담은 시민들이 각자의 소신을 평등하게 펼칠 수 있다는 게 원탁회의 취지다.

원탁회의는 이미 여러 광역·기초 지자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운영방식이 꾸준히 진화했다. 김포 시민원탁회의 역시 시스템화를 완성 중이다.
회의는 테이블 진행자인 '퍼실리테이터'가 토론규정을 지키며 이끈다. 모든 의견은 동등하다는 대원칙하에 모두 똑같은 발언시간이 주어지고, 다른 의견에 대한 비난은 허용하지 않는다.
소위 '빅마우스'가 회의 분위기를 휘어잡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회의에서 나온 의견은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본인들이 투표에 참여했기에 원활하게 승복한다는 게 타 지자체 원탁회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포 시민원탁회의는 매년 8월 이전에 개최된다. 그래야만 예산편성에 반영할 수 있어서다.
결정된 사안은 행정 각 부서에서 추진하는 한편, 불가능한 일은 사유를 알린다. 모든 걸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시정철학이 밑바탕에 깔린 정하영 시장은 자신과 뜻이 다르더라도 다수 시민의 토론을 거친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원탁회의는 갖가지 형태로 응용될 예정이다. 주민자치회가 만들어지면 주민총회를 원탁회의 방식으로 열 수 있고, 그보다 아래 단계로도 보급될 수 있다.
교통문제, 교육문제 등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를 원탁회의로 해결할 수도 있다. 아주 건전한 방법으로 시민들이 '우리 지역의 일', 더 깊게는 '우리 마을의 일'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정 시장은 "민선 7기 4대 시정방침이 '모두가 소통하는 김포, 모두가 참여하는 김포, 모두가 상생하는 김포, 모두에게 공정한 김포'였다"며 "앞으로는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지 않으면 행정의 여러 부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시민과의 소통, 소통을 위한 시민참여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