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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크 1세대 가수 서유석 씨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 씨는 저작권자인 본인 동의 없이 노래를 불법 편곡, 음반ㆍ음원을 유통한 업자를 고소해 1심에서 승소했다. /연합뉴스

포크가수 서유석이 저작권 소송 승소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포크 1세대로 1970년대 '가는 세월'로 유명한 가수 서유석(74)이 "창작자 허락을 받지 않고 리메이크하는 것은 도둑질"이라며 음악 저작권 침해에 정면 비판했다.

서유석은 28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D사에 사인을 해주지 않은 것은 물론 주민등록증 사본을 주지도 않았다"며 "저작물에 대한 개작 동의 및 편곡 승인 등을 허락한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사인은 위조된 것으로 재판부가 출처를 명확히 밝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창작한 곡을 결국 CD로 못 냈다"라며 "저보다 12곳에서 먼저 불법 리메이크 음반을 내 오리지널이 리바이벌된 모양새가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서유석은 앞서 지난 2015년 음원으로 공개한 자작곡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를 무단 리메이크한 두 음반제작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그중 트로트 가수 금잔디가 부른 곡을 발매한 H사와 1심에서는 지난 2월 승소했다. 그러나 같은 달 진성이 부른 곡을 낸 D사와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다른 판결이 난 것은 D사가 재판부에 서유석 사인이 담긴 개작승인서와 그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제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두 재판 모두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컨트리풍 포크송인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는 서유석이 1990년 11집 '홀로아리랑' 이후 25년 만에 낸 신곡이다.

반향에 힘입어 이 곡을 CD로 출시하려던 서유석은 자신의 창작곡이 불법 리메이크돼 CD, 카세트테이프, 차량용 USB 등으로 고속도로에서 판매되고, 음원 사이트에서 유통된 사실을 확인했다. 확인된 업체만 12곳이다.

서유석은 "난 두 가수밖에 몰랐는데 조사해보니 상황이 심각했다"며 "해당 음반제작사들은 저작권자 허락 없이 입맛에 맞는 가수를 데려다가 편곡해 부르게 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조사해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가수들이 리메이크할 경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원 저작권자의 동의(사인)를 받은 개작승인서를 제출하며 이를 바탕으로 협회는 사용 승인을 한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구분되는데, 개작승인서는 저작인격권을 보호하는 확인서로 '인격권 동의서'로도 불린다. 그러나 저작인격권은 일신에 전속된 권리여서 양도·양수가 불가능해 한음저협은 창작자의 저작재산권만 신탁받아 관리한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협회가 도의적인 책임은 느끼더라도 저작재산권만 관리해 개작승인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신고한 회사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D 음반사 측은 원 저작권자 사인이 담긴 개작승인서를 협회에 제출했으며, 금잔디 음반사 측은 무단으로 음원을 리메이크한 뒤 이 곡을 음반으로 낼 때 협회에서 증지(음반 발매 때 내는 저작권사용료)를 샀다. 해당 곡이 리메이크란 것 자체를 신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 리메이크 음반이 고속도로 판매대 등지에서 널리 유통된다는 점에서 저작권자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협회도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서유석은 "협회는 저작권자인 회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알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음악 저작권자 신탁단체라면, 불법 리메이크를 방치하거나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유석의 이번 소송을 진행한 음반제작자 구모 대표는 다른 창작자들도 소송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고(故) 김광석이 불러 유명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작곡한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 씨를 비롯해 윤시내 '열애'를 작곡한 최종혁 씨, 임수정의 '연인들의 이야기' 등을 만든 작곡가 계동균 씨가 최근 불법 리메이크 음반 업체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구 대표는 "'연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음반을 만든 곳만 73개 업체로, 3개 회사를 조사해보니 대략 130억원 매출을 올렸다"며 "그러나 이 업체들은 저작자에게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